‘양두구육’이 기준 된 與 윤리위, ‘천하통일’은 넘어가기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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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김재원 세 번 사과…지켜볼 것” 윤리위 회부 안 할 듯
이준석 “나와 김재원 중 어느 것이 당의 품위 더 손상시켰나”
진중권 “이준석 ‘양두구육’ 기준이라면 ‘천하통일’은 제명”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이은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 회부 등 징계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과거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기준과 비교해 윤리위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전광훈의) ‘전’자도 꺼내지 않겠다.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보수 한인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 12일에도 전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반영에 반대한다”고 말한 후 이틀 만에 사과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회의 이후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김 최고위원이 SNS 글까지 포함해 세 번의 사과를 했다”며 징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그런 언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차후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민’이 윤리위 회부 등 징계를 의미하느냐는 추가 질문엔 “(방금) 답변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친윤계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역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누구를 모욕하거나 또 법의 가치를 침해한 게 아니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징계 조치를 개시할 정도까지 갔는가에 대해선 당내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번 발언로 징계 절차까지 밟는 건 과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의 이번 발언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양두구육’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점과 나란히 비교되면서 당의 징계 기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양두구육이란 사자성어를 쓰면 1년 징계고, 전광훈 목사에 대해 뭐라고 하거나 5·18에 대해 뭐라고 하는 건 무징계”라며 “(두 발언 중) 어느 것이 당의 품위를 더 손상시켰는지는 나중에 선거 결과로 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역시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 윤리위가 기준을 하나 세웠다. ‘양두구육’이라는 단어 하나가 당원권 정지 1년”이라며 “이 기준대로 하라. (김 최고위원은) 그냥 제명이다”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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