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KCGI, DB하이텍 겨냥한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6 13: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평가된 주가에 취약한 지배구조 배경으로 지목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최근 DB하이텍 지분 7.05%를 매입했다. ⓒDB하이텍 제공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최근 DB하이텍 지분 7.05%를 매입했다. ⓒDB하이텍 제공

행동주의 펀드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며 주주활동을 본격화했다. KCGI가 DB하이텍을 겨냥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최근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취득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과정을 문제 삼고 있으며 자사주 소각과 독립적 이사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KCGI가 DB하이텍 지분 매입에 나선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로 이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이 꼽힌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7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 계획 발표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DB하이텍 주가를 눌러왔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KCGI도 DB하이텍 지분 매입 배경과 관련해 “미래 성장성, 우수한 시장지위에 기반한 경쟁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주주활동을 통한 주가 부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그만큼 큰 셈이다.

DB하이텍의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도 KCGI가 DB하이텍 지분 확보에 나선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대주주인 DB의 DB하이텍 지분율은 12.42%에 불과하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3.61%)과 김주원 DB그룹 부회장(0.39%)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을 더해도 최대주주 지분율은 17% 수준이다. 적은 지분으로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액주주들도 KCGI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오너 일가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최근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부 물적 분할을 공시한 이후부터는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한 소액주주 연대와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 구성에 허점이 있다는 점도 KCGI가 DB하이텍을 타깃으로 삼은 원인으로 평가된다. DB하이텍 정관상 이사 선임 조항에는 ‘이사는 4인 이상, 이중 사외이사는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현재 DB하이텍 이사회는 대표이사 1명,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DB하이텍의 경우 여느 기업과 달리 이사회 정원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사회 정원이 설정된 경우 외부 세력의 이사회에 진출은 물론 기존 이사진 해임도 어려워진다. 이사 해임은 임시주총 특별결의 사안이어서 이사회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최대 인원 제한이 없으면 외부 세력이 우군을 이사진에 투입하기 수월해진다.

KCGI 관계자는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진, 대주주, 일반주주 어느 누구와도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협조할 예정”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에 반하는 결정들이 있다면 경영진과 협의를 통해 고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