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강속구 뿌리는 문동주, 몸쪽 공 과감히 찔러넣는 나균안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5 13:05
  • 호수 17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BC 1라운드 탈락 충격으로 더 절실해진 마운드 세대교체
젊은 투수들, 2023 시즌 프로야구 초반 뜨겁게 달궈

지난 3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충격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프로야구 개막 직전 연이어 터진 서준원(전 롯데 자이언츠·방출)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 장정석 KIA 타이거즈 단장(해임)의 뒷돈 요구,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 본사 압수수색 등 그야말로 한국 야구는 만신창이였다. 하지만 개막전(4월1일)에 거짓말처럼 5개 구장이 전부 매진(10만5450명)되는 반전을 이루며 식지 않은 야구 인기를 과시했다. 개막전 전 구장 매진은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이후 처음이다.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와 함께 LG 트윈스, KT 위즈가 3강으로 꼽히는 가운데, 무엇보다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류현진·김광현·양현종 등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축 투수들의 활약이다. WBC를 통해 세대교체 필요성을 통감한 터라 특히 신인 투수들의 등장은 반갑기만 하다. 

ⓒ연합뉴스
(왼쪽부터)문동주, 곽빈, 나균안ⓒ연합뉴스

곽빈·강효종·송영진 등의 성장세도 주목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나균안(25·롯데)이다. 롯데는 개막 이후 6경기에서 ‘패승패패패승’ 성적을 올렸는데, ‘승’을 모두 책임진 선수가 나균안이다. 2경기 선발 등판 기록은 13⅔이닝 9피안타 12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 피안타율이 0.180에 불과하다. 마산용마고 출신인 그는 ‘나종덕’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롯데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로 입단했지만 2020년 부상 이후 재활 과정에서 2군 마운드에 올랐다가 완전히 투수로 전향했다. 투타 겸업을 하던 2020년 중반에는 새로운 출발에 맞춰 이름도 ‘나균안’으로 바꿨다. 개간할 균(畇) 자에 기러기 안(雁) 자를 쓰는데 ‘노력한 만큼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야수 성적은 216경기 타율 0.123(366타수 45안타) 5홈런 24타점. 1할대 타율 포수의 성공적인 투수 변신이다. 

올해 붙박이 선발이 된 나균안은 최고 구속이 시속 146km일 정도로 공은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구종과 커맨드로 타자를 현혹한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스플리터가 포심패스트볼과 같은 데서 떨어져 타자들이 치기 상당히 까다롭다”고 했다. 나균안이 등판했던 4월9일 수원 KT전 방송 중계를 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나균안에 대해 “깜짝 놀랐다”면서 “우타자 상대로 80% 이상 몸쪽 공을 던졌다. 나균안 정도의 커맨드를 갖게 된다면 국내 야구 수준이 엄청 올라갈 것이다. 그 공을 치려면 국내 타자들도 엄청 노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처럼 체력 문제만 없다면 시즌 10승 이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도 전망했다. 나균안은 지난해 3~5월 동안 1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지만, 6월 들어 8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9.77로 치솟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나균안은 “비시즌 때 훈련을 많이 해서 체력적으로 좋아졌다”고 자신한다.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에도 대형 유망주가 있다. 한화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 초특급 기대주로 통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 문동주(20)다. 문동주는 4월6일 팀에 올 시즌 첫 승을 안겼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문동주의 최대 강점은 구속이다. 두 번째 등판이던 12일 KIA 타이거즈에서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km(스포츠투아이 기준) 벽을 뚫었다. KIA 타자 박찬호를 상대로 시속 160.1km의 공을 뿌렸다. KBO리그 투수 중 시속 160km 이상 공을 던진 선수는 레다메스 리즈와 문동주가 유일하다. 

 문동주는 타이밍을 뺏는 커브도 일품이다. 심재학 해설위원은 “한마디로 ‘난 놈’”이라면서 “올해는 슬라이더보다 커브 비율을 높인 것 같은데 커브의 떨어지는 낙폭이 상당히 크다. 우타자, 좌타자 몸쪽으로 과감하게 못 찔러넣기는 하던데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지난해 프로 데뷔한 문동주는 13경기에 등판해 28⅔이닝만 투구해 올해도 신인왕 자격이 있다. 한화에서는 문동주 외에도 김서현(19)이 관심을 받고 있다. 문동주처럼 강속구를 장착한 김서현은 제구를 가다듬기 위해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한 상태다. 

WBC 국가대표로도 뽑혔던 곽빈(24) 또한 올해 데뷔 첫 10승을 노리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팀 3선발이지만 우리에겐 1선발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좋다”는 칭찬을 듣는 곽빈은 올시즌 2경기 12⅓이닝 투구에서 6피안타 5볼넷 17탈삼진 2실점(무자책)을 기록했다. 피안타율 0.150, 이닝당 삼진 2위(1.38개)를 기록할 정도로 언터처블이다. 

2018년 입단한 곽빈은 부상으로 2019~20년을 통째로 쉬었지만 지난해에는 8승9패 평균자책점 3.78의 기록으로 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WBC에서는 2경기 2이닝 투구에서 4피안타 3실점으로 안 좋았지만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곽빈은 양의지가 두산의 주전 포수로 돌아오면서 과감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예전에는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 보였는데 지금은 포수가 원하는 대로 망설임 없이 찔러넣는다”고 했다. 곽빈은 지난해 개막 2경기에서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5km였지만 올해 2경기에서는 평균 구속이 시속 149km로 증가했다. WBC로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린 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에 자신감이 생긴 덕이 더 크다.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젊은 선수들 경쟁 부추길 듯

 나균안·문동주·곽빈 외에도 LG 5선발로 낙점된 강효종(21)과 SSG 중간 계투로 겁 없는 투구를 보여주는 19세 새내기 투수 송영진이 마운드에서 눈에 띈다. 송영진은 특히 노경은·고효준 등으로 고령화된 SSG 중간 계투진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야수 쪽에서는 노시환(23·한화)이 한 단계 성장했다. “타격폼이 조금 바뀌었는데 타격할 때 밀고 당기는 게 능숙해졌다”(심재학 해설위원)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9월에는 1년 연기됐던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 혜택이 있어 젊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FA 시기 등을 고려하면 병역 혜택이 꼭 필요하다. 이에 이번 시즌은 개막 초반부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을 위한 쇼케이스가 되고 있다. 시즌은 길고 갈 길은 아직 멀다. 한 번 반짝했다가 사그라지는 조연이 아닌 리그 세대교체의 주연이 되기 위해 젊은 선수들의 열정이 그라운드 위에서 불타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