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도층은 윤 대통령에게 등 돌렸나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4 12:05
  • 호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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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의 대통령 부정평가 여론 매우 심각
대통령의 결단이나 정책에 대한 소통의 부재가 원인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다. 악재는 연달아 덮쳐 오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연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응으로 올라갔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거의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3월초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지나치게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시작된 악재였다. 뒤이어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안’ 구상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을 샀고, 이틀간의 한일 정상회담은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을 위한 의미 있는 자리라는 일부 평가에도 후쿠시마 수산물과 방사능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순방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악재는 끝나지 않았다.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준비하던 용산 국가안보실에서 ‘레이디 가가와 블랙핑크’ 미국 공연 보고 누락 파장이 벌어지며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났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충돌설까지 불거져 나왔다. 삐거덕거린 한미 관계 논란은 미국의 불법 감청 의혹이 뉴욕타임스에 보도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되었다.

악재와 논란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서 더 고통스러운 이유는 중도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한마디로 ‘중도층의 예술’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모든 대통령은 자기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를 안고 임기를 시작한다. 윤 대통령에게 자기 지지층은 보수층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30%대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박스권의 보수층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정평가가 훨씬 높은 이유는 중도층이 좀처럼 흡수되지 않고 있어서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4월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 ‘일본 관계’ ‘경제’가 부정평가 1~3위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중도층의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분석해 보았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전체 긍정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8월2~4일 조사에서 중도층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21%, 부정 68%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시점은 올해 들어 1월3~5일 조사에서 전체 긍정 지지율은 37%로 가장 높아졌지만, 중도층 긍정 지지율은 26%로 30% 선을 넘지 못했다. 전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해서 중도층 지지율까지 덩달아 올라가진 않았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인 4월4~6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중도층 지지율은 긍정 25%, 부정 67%로 매우 심각한 수치로 나타났다(그림1). 전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수층 결집만으론 답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중도층이 긍정적으로 흡수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기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외교’라는 응답이 23%로 가장 높았고 ‘일본 관계,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15%로 그다음으로 높았다. ‘일본과 관련된 외교’가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중 4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 외에 ‘경제·민생·물가’라는 응답이 8%였고, ‘경험 자질 부족, 무능함’ ‘독단적·일방적’ ‘노동정책, 근로시간 개편안’ 등으로 나타났다(그림2). 부정평가를 주로 구성하고 있는 응답자층은 진보층과 중도층 즉, 반윤석열 정서를 가진 유권자들이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를 보면 중도층의 불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본과 외교 그리고 근로시간제 논의에 대한 ‘불통’이다. 정책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국민 여론이 호의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대통령의 결단이나 정책에 대해 왜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이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사를 해보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가 수치가 대체적으로 김영삼(YS) 전 대통령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지고 보면 YS의 업적은 역대 어느 대통령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큰 획을 긋는 개혁정책이 많았다. 결국 소통이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를 갈라놓았다. 중도층 소통은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념 중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책적으로 소통하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국민과 야당과 소통하는 일이다.
 
중도층은 여론조사에서 정치 성향을 물어본 응답 결과로 분류한다. 정치적으로 보수층과 진보층에 속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다. 즉 이념적으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속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므로 기타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경우라면 중도층은 무당층과 상당 부분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중도층이 흡수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보수 일변도의 국정수행에서 중도적 방향을 조금이라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로 정책 소통이 중도가 선호하는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적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로 보인다. 셋째는 국민 및 야당과 진정성 있는 소통의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중도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40여 개가 넘는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에서 득표율 5% 미만의 박빙 승부처는 어림잡아 50여 군데 정도 된다. 주로 수도권에 위치하는 지역이 많은데 내년 총선의 승리 가늠자는 MZ세대 아닌 중도층에 달려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중도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념적으로 접근하거나 상대 정당을 비방해 표를 얻고자 한다면 중도층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중산층 공략에 대통령 국정수행 답 있어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개혁과제를 조금이라도 추진하기 위해선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도출하기 전에 필요한 작업은 현시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감성 반응이 어떤지 알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썸트렌드로 3월12일부터 4월11일까지 ‘윤석열’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비판’ ‘논란’ ‘우려’ ‘반발’ ‘갈등’ ‘의혹’ ‘유감’ ‘범죄’ ‘굴욕적’ ‘부담’ ‘고통’ ‘참사’ ‘최악’ 등 온통 부정적으로 도배되고 있다(그림3). 뚜렷한 비호감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보수층이나 국민의힘 지지층은 찬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발언이나 정책이 진보층이나 중도층에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비치게 된다.

민주당 지지층을 당장 내 사람으로 만들진 못하므로, 결국 중도층을 공략하는 게 지지율 상승에 효과적이다. 중도층은 매우 애매모호한 정체성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중도를 강조하지만 안 의원의 중도층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손에 잡히지 않는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공략 가능한 대안이 ‘중산층’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중도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중산층에 윤 대통령 국정수행의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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