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사람’과의 갈등, ‘정책’과의 충돌 최소화해야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2 15:05
  • 호수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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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율 1년, 무엇에 울고 무엇에 웃었나
‘법과 원칙’ 명분 세우고 본질적 ‘개혁’ 제시 때 공감 높아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1년 시점이다. 지난해 3월9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고, 5월10일 취임식과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수행이 시작되었다.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취임과 동시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고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하며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곧이어 6월1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내주었던 수모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다. 지방선거 승리로 임기 1년 차 쾌조의 출발을 기대했던 윤 대통령의 발걸음은 ‘사람과의 충돌’로 무거워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힘 핵심 중진 그룹) 의원들이 충돌하면서 당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이 전 대표는 급기야 윤리위에 제소되어 당원권 정지를 당하게 되고 국민의힘은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교육부의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 발표에 따른 국민 여론 반발로 지지율이 추락했다. 사진은 2022년 7월29일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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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022년 11월29일 국무회의에 참석,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당시 파업 사태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했다. ⓒ연합뉴스

‘날리면’으로 떨어뜨리고, ‘화물연대’로 높여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정기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난해 8월2~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은 24%로 임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그림1). 지지율이 20%대 중반으로 고꾸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이 전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었다. 영어 속담에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는 와중에 ‘정책 소통 부재’가 두드러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을 발표하면서 학무모들 사이에 걷잡을 수 없는 동요가 일어났고, 결국 정책은 철회되고 박 전 장관은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야 말았다. 이준석 전 대표와 박순애 전 장관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은 회복되었지만 해외 순방 트라우마라고 하는 또 다른 돌발사태가 대통령 지지율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1년 차에 해외 순방을 하는 경우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더 올라가는 ‘해외 순방 효과’가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오히려 해외 순방 이후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역효과가 역설적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순 타계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문 외교와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순방을 나갔다. 유엔 총회 참석 후 바이든 대통령과 한 행사장에서 짧은 환담 이후 나오면서 윤 대통령이 무심코 던진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로 혼란스러운 해석이 나오면서 대통령 지지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8월 이준석·박순애 사태 때와 같은 24%의 최저치 긍정 지지율이 한국갤럽 조사 결과 나왔다.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방송사 MBC와 대통령실 그리고 국민의힘이 충돌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잡지 못하는 국면으로 전개되었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가능하게 했던 이슈는 그 후 찾아온다. 지난해 11월 화물연대노조가 ‘안전운임제’ 요금 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파업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지시하며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파업자들의 즉각적인 복귀를 지시했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면허권 정지 등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국민 정서 역시 파업에 대해 공감대가 낮았고 특히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한 데 대한 공감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추세였다. 결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 상승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동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올해 들어 연초 첫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1월3~5일)에서 대통령의 긍정평가 37%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 조사방식이 다른 자동응답조사(ARS)에서 40%대 중반까지 껑충 올라간 지지율이 나올 정도였다. 3월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더욱 박차를 가하는 국면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호재다운 호재를 만났다. 지난해 3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지지층을 거의 다 회복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3월 윤 대통령이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한국 정부가 해주겠다는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서 국민 여론은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윤 대통령의 일본 전범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은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에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렇지만 국민 여론은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오만한 태도 그리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일본 외무상의 망언에 더 분노하는 민심으로 이어졌다. 일본 극우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후쿠시마 수산물과 오염수 방류에 대해 협력적으로 논의했다는 보도를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그 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공세와 국민 여론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이 와중에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69시간제 입법 예고를 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로시간 52시간제’를 시행했지만 노동시장 변화를 생산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새로운 근로시간을 제시했다. 그런데 ‘69시간제’를 제시하면서 쉬고 싶을 때 몰아서 쉬는 것이 좋다는 발상을 강조했지만 정작 MZ세대로부터 외면당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내려갔다.

수도권·중도층·화이트칼라 부정 여론 높아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인 5월2~4일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3%, 부정평가는 57%로 각각 나타났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대통령과 연동되는 커플링(Coupling) 현상을 보이며 35%로 나왔다. 미국 방문을 앞두고 안보실장과 의전비서관 그리고 외교비서관이 사퇴하는 우여곡절이 있었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인터뷰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효과는 긍정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워싱턴 선언과 IRA법의 한국 기업에 대한 배려는 추가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더라도 국빈 만찬장에서 참석자들을 감동시킨 《아메리칸 파이》나 상·하원 합동 영어 연설이 매우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물론 세부 응답자 특성별로 1년 시점의 조사를 분석해 보면 앞으로 견인해야 할 지지층은 분명해진다. 한국갤럽의 5월2~4일 조사에서 응답자 특성별로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여부를 분석해 보았다. 20대(만 18세 이상)에서 긍정은 13%밖에 되지 않고 부정평가는 무려 66%나 된다. 더 심각한 응답자층은 수도권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30만 표 이상으로 이긴 서울에서 긍정 35%, 부정 53%로 부정이 약 20%포인트 가까이 더 높다. 인천·경기 지역은 부정평가가 64%나 된다. 중도층은 긍정 23%, 부정 65%로 나타났고, 유권자 비율이 가장 많은 직업군인 화이트칼라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는 무려 74%로 나왔다(그림2).

지지율은 3가지 원칙에 따라 움직이다. 하나는 이념(Philosophy)이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정권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지지율 외연을 확대하려면 보수만 고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중도보수까지 범위를 넓히는 의지가 요구된다. 지지율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변수는 정책(Policy)이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8년을 설명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정책이 ‘오바마 케어’다. 오바마 대통령은 명분이 있는 정책을 통해 정권의 승부수를 던졌고 퇴임할 때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지도자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사람(People)이다. 연금개혁 법안에 대한 논란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강자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전진’이라는 중도정당을 만들었고 프랑스 정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尹 연관어, 미국·정부·국민·민주당·일본 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개선점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4월12일부터 5월11일까지 ‘윤석열’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미국’ ‘정부’ ‘국민’ ‘한국’ ‘민주당’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검찰’ ‘이재명’ ‘수사’ ‘경제’ 등이 올라왔다(그림3). 윤 대통령과 관련해 외교와 경제가 중요하고, 국내 정치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조율을 잘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는 빅데이터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 1년을 분석해 보면 주로 ‘사람’과 갈등을 빚고 ‘정책’으로 충돌할 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끄럼을 탔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의 명분을 바로 세우고 본질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했을 때 국민의 공감은 더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잘할 수 있는 ‘법과 원칙’ 및 한미 동맹은 강조하되 ‘사람’과 갈등 그리고 ‘정책’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전략적 개선과 혁신적 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지금의 낮은 지지율을 벗어나기 힘겨워진다. 특히 그냥 중도층이 아닌 경제적 중산층 안정 시대를 열어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감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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