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사퇴해야”…응급실 뺑뺑이 돌던 5살, 서울 한복판서 숨져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5.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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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폐쇄성 후두염’ 진단 받았으나 “빈 병상 없다” 응급실 4곳 거부
소아청소년과의사회 17일 입장문…“복지장관, 현장 외면 대책만”
서울의 한 병원 의사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의 한 병원 의사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시사저널 박은숙

어린이날 연휴에 고열에 시달리던 5살 아이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입원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어린이날 열이 40도까지 나고 기침을 하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 진단을 받은 5살 아이가 서울시내 대학병원 등 4군데 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고 의료진이 번아웃된 5번째 병원에서야 겨우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입원 진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가 붕괴 중으로 시급하게 현장 상황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얘기해 왔지만,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현장 상황을 악화 시키는 소아청소년 의료 대책을 내놓아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아과 전문의로 병의원을 열어도 미래가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전공의 지원이 늘어 대학병원이 유지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목놓아 외쳐도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강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너져 내리는 소아 의료 인프라를 소아과 전문의들 힘만으로 떠받치는 것이 너무 버겁고 이미 현장에서 아이들이 숨져가고 있다고 밝혀왔다"면서 "소아를 비대면으로 진료하게 한다는 것도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무능한 조규홍 장관과 차관, 실국장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급성 폐쇄성 후두염의 경우도 비대면 진료는 매우 위험하다"며 "빠른 대면 진료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아이 상태에 따라 입원 진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빨리 당정과 현장 전문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밤 서울 군자동에서 5살 아이가 고열에 호흡이 가빠져 119 구급대가 출동했고 가까운 대학병원 4곳을 전전했지만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입원 없이 진료만 받겠다는 조건으로 향한 다섯 번째 병원에서 아이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고 귀가했지만 상태는 악화됐고, 인근 응급실에 도착한 지 40여 분 만에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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