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영길의 연구소, 거짓말로 돈 모아 세 결집에 썼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3 12: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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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에 관심 없는 ‘먹사연’…연구 성과 공개 않고 친목회나 宋 팬클럽 열어
세제 혜택 큰 ‘법정기부금단체’라고 주장하며 억대 기부금 모았지만 ‘지정기부금단체’로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강제 수사 중인 검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공익법인이 하나 있다. 금품 조달의 창구로 지목된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다. 검찰은 이곳이 사실상 송영길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으로 기능하며 경선 관련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저널이 먹사연의 지난 6년간 공개활동을 살펴본 결과, 뚜렷한 연구 성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기부금 모집에 유리한 내용이 공시자료에 적혀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공익 연구소’란 타이틀을 무색하게 하는 지점이다.

먹사연은 송영길 전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그 전신인 동서남북포럼은 2007년 송 전 대표가 최고위원에 도전할 때 결성된 단체다. 동서화합과 남북통일이라는 기치를 내건 이곳은 송 전 대표의 지지 모임으로 활동했다. 정치인 지지 모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후 법적 조직을 갖췄다. 동서남북포럼 결성 시기까지 고려하면 먹사연은 올해로 설립 16년째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6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두 번째 자진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2017~19년 활동 보니 공식 행사 19% 불과

설립 취지에 관해 송 전 대표는 2015년 9월 “주거, 복지, 조세, 고용을 비롯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정책연구 및 실천에 주안점을 둔 단체”라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송 전 대표 측은 설립 당시 “총선을 고려한 연구소가 아니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먹사연이 공개한 행보에서 민생을 위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먹사연의 지난 활동 내역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과거의 게시물을 기준으로 2017년 8월부터 소식이 올라와 있다. 2017~19년 블로그 게시물과 홈페이지 공지사항 등을 모아보니 단순 정보 공유를 포함해 활동 내역이 총 161건(중복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중 먹사연이 법인 명의로 진행한 공식 활동(이사회, 친목회, 주최·주관·후원 행사 등)은 19.2%인 31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30건은 송 전 대표의 개인 일정이나 회원들의 기고문·인터뷰·출판기념회, 먹사연과 무관한 언론 기사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먹사연 명의의 공식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7년에는 △한중수교 25주년 맞이 한중 청춘동행(9월) △상공인 포럼 창립식(9월) △한중 청년을 위한 토크 콘서트(9월) △중국 사회과학원 MOU 체결(10월) 등 4건이 있다. 정책연구가 목적이라는 먹사연 산하 상공인 포럼의 창립식 외에는 모두 중국과 관련돼 있다. 당시 송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중국·러시아 등과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송영길 의원과 함께한 무등산 산행(1월) △미래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공동포럼(3월) △상공인 포럼 총회(4월) △자문단 회의(11월) △회원 송년회 및 연극 관람(12월)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주최 강연(12월) 등 6건의 활동을 공개했다. 목적사업과 관련된 활동만 추려보면 4건으로 압축된다.

2019년에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우선 송 전 대표가 위원장인 동북아특위가 주최하고 먹사연이 주관한 강연회가 13회 열렸다. 그 밖에 △무등산 산행(1월) △신년 이사회(1월) △판문점선언 발표 1년 기념 초청 대담(5월) △청년 조봉암 발대식(8월) △이사 및 회원의 밤(11월) 등 8건의 행사가 진행됐다. 이 외에도 먹사연은 2019년 활동 내역으로 ‘5·18 민주 기행’ ‘울릉도·독도 역사탐방’ 등 10여 건의 행사를 올렸다. 하지만 모두 정확히는 송 전 대표 또는 민주당에서 주최·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부터는 이렇다 할 공개활동이 없었다. 송 전 대표의 프랑스 출국을 앞둔 지난해 11월 환송회를 연 게 마지막 행사였다.

부설 연구소라더니 실상은 ‘팬클럽’

정책연구를 표방한 활동 중에도 본연의 목적보다 송 전 대표의 조직 확대 성격이 짙어 보이는 것도 있다. 먹사연은 2019년 7월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제주의 길’ 창립총회를, 그해 12월 한국노총 대전지역본부에서 ‘대전세종의 길’ 창립총회를 열었다. 당시 창립총회에는 오영훈 의원(현 제주지사), 김태석 제주도의장, 조승래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현 의원), 박병석 의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제주의 길과 대전세종의 길 모두 지역 경제정책 개발을 위한 먹사연의 부설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달랐다. 민주당 정당인인 대전세종의 길 창립회원 A씨는 시사저널에 “창립총회를 연 후로 모임을 갖거나 단체 활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송 전 대표의 지역 팬클럽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제주의 길도 비슷한 성격의 모임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먹사연의 행보를 오롯이 사적 활동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먹사연은 학술·장학 연구기관으로 인가를 받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이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은 관련법상 기부금, 보조금 등 수익금을 공익 목적사업에 써야 한다. 먹사연의 경우 수익금을 전적으로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먹사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수익금 액수는 2017년 2억3200만원, 2018년과 2019년은 각각 4억2000만원, 2억4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출금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부분은 인건비다. 인건비는 2017년 8600만원(수익금 총액의 37.0%), 2018년 1억8400만원(43.8%), 2019년 1억원(40.9%)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법인 평가기관의 한 전문가는 “먹사연과 같은 연구소는 특성상 인건비에 들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교적 높게 책정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인건비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쓰였는지 알기 힘들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논문이나 보고서 형태로 된 연구 결과물을 온라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먹사연 부설 연구소장 B씨는 연구 성과에 관한 시사저널의 질문에 “유튜브에 검색해 보라”고 짧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먹사연 유튜브 채널에는 5분 안팎의 영상 23개가 올라와 있다. 대다수는 이충렬 먹사연 소장이 코로나, 기후,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소개하고 평론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또 이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어떤 캠페인을 진행했고, 연구 성과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확인할 수 없었다.

6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6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부금단체 성격 오기재…기망 의혹 추가될까

회계 자료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먹사연은 국세청 결산서류 공시자료에 단체의 성격을 ‘법정기부금단체’라고 밝혔다. 법정기부금단체는 공익법인 중에서도 지정 요건이 까다롭다.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아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회계감사를 받고 총 지출금의 80% 이상을 고유 목적사업에 쓰는 등 8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정이 힘든 대신 이점은 분명히 있다. 법정기부금단체는 일반 공익법인(지정기부금단체)에 비해 후원자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를 더 크게 허용한다. 당연히 기부금을 모으는 데 유리하다.

그런데 기재부와 국세청에 확인해본 결과, 먹사연은 법정기부금단체가 아닌 지정기부금단체로 확인됐다. 즉 공시자료에 잘못된 사실을 기재한 것이다. 게다가 먹사연은 홈페이지에서도 “소득세법 24조 2항에 따른 법정기부금단체”라고 주장했는데, 해당 법률 조항은 기부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세제 혜택을 기대한 후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기망 행위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먹사연은 2020년 6억90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 역대 최대액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억7300만원, 1억5000만원을 모았다.

먹사연 홈페이지에는 자사의 성격에 대해 '소득세법 제24조 2항에 따른 법정기부금단체'라고 명시돼 있다. ⓒ 홈페이지 캡처
먹사연 홈페이지에는 자사의 성격에 대해 '소득세법 제24조 2항에 따른 법정기부금단체'라고 명시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시사저널은 6월21일 먹사연의 여의도 사무실을 찾았다. 문은 닫혀있었다. 노크를 하자 문 뒤에서 한 직원이 “죄송합니다”란 말만 반복했다. 대전세종의 길 창립회원이자 돈봉투 전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은 통화에서 “검찰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송 전 대표와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먹사연은 돈봉투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의 혐의를 밝힐 핵심 통로로 꼽힌다. 검찰은 먹사연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경선 기획을 맡았던 컨설팅 회사 ‘얌전한고양이’에 1억원 가까운 돈을 대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4월30일 먹사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6월12일에는 얌전한고양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은 돈봉투 수수·전달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날이기도 하다. 그래도 검찰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최근 검찰은 ‘먹사연이 경선 유권자에게 식사를 대접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서울 여의도 일대 식당을 대상으로 매출 내역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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