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이강인 잡기 위해 유럽 슈퍼 클럽들의 지갑 거침없이 열린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4 13: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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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 입단 임박…이적료만 900억원 선
이강인은 예상 깨고 프랑스행 준비…‘포스트 메시’ 찾는 PSG의 세대교체 주역으로 낙점

김민재(27·나폴리)와 이강인(22·마요르카)은 현재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유럽파 선수들이다. 손흥민(31·토트넘)이 안와골절 부상에 이어 스포츠 탈장 증세로 지난 시즌 득점왕의 면모를 재현하지 못한 가운데, 두 선수는 소속 리그에서 최고 레벨의 평가를 받았다. 팀의 확실한 주전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나폴리에 33년 만의 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긴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사무국이 선정한 올해의 수비수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 전술의 본고장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수비수를 꾸준히 배출해온 세리에A가 처음으로 아시아 선수에게 해당 타이틀을 안긴 것 자체가 대사건이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의 에이스로 대활약하며 6골 6도움을 기록했다. 드리블 성공률 72.6%로 유럽 5대 리그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유력지인 마르카는 이강인을 실버 베스트11에 선정했다. 각 포지션에서 두 번째로 잘한 선수로 구성한 베스트11을 의미하는데, 이강인은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3월15일 프랑크푸르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수비를 하고 있는 나폴리의 김민재 ⓒEPA 연합

김민재 몸값, 손흥민 훌쩍 넘어 아시아 선수 최고액

현재 김민재와 이강인은 유럽 축구 이적시장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여름 이적시장은 각 팀이 새 시즌을 위한 콘셉트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력을 보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준비 기간이다. 유명 선수의 이적을 놓고 하루에도 수백 개 뉴스가 쏟아지는데 김민재와 이강인이 현재 유럽 축구계에서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 SNS 팔로워만 3000만 명이 넘어 유럽 축구 이적시장의 ‘일타강사’로 유명한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가 둘의 이적설을 꾸준히 소개할 정도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여름 이적은 자명했다. 바이아웃 조항의 존재 때문이다. 치열한 협상에 의해 금액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일반적인 이적 과정이지만, 바이아웃 조항이 있으면 확정된 금액으로 이적이 가능하다. 이적 시점에 선수의 기량과 가치보다 싼 금액에 영입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많은 팀이 몰리게 되는데, 김민재와 이강인의 상황이 딱 그렇다.

김민재는 이미 지난겨울부터 이적설이 쏟아졌다. 나폴리 입단 반년 만에 세리에A를 압도하는 기량을 펼쳤다. 빅리그에서의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약 250억원의 ‘헐값’에 이적했지만, 정확히 6개월 만에 그 2배 이상으로 몸값이 올랐다.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를 바이아웃 4700만 유로(약 660억원)에 영입할 수 있다는 정보가 알려지자 유명 클럽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민재 영입전에서 가장 앞섰던 것은 과거 박지성이 활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다. EPL 최다 우승팀이지만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맨유는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10년 사이 감독만 6명이 바뀌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에릭 텐하흐 감독 체제에서 명가 부활을 원하는 맨유는 수비 강화를 위해 김민재를 찜했다. 

6월초만 해도 이탈리아 현지에서조차 김민재의 맨유 이적을 확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 선수단 리빌딩에 들어간 다른 클럽들이 김민재 영입전에 참전했다. 같은 E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그리고 프랑스의 절대 강자 파리생제르맹(PSG)이 언급됐다. 두 팀은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의 국부펀드가 운영 중인 팀이니만큼 자금력에서 맨유에 밀리지 않았다.

맨유는 일찌감치 김민재 영입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구단의 주인이 바뀔 타이밍이다 보니 선수 영입 협상이 모두 중단됐다. 2005년 맨유를 인수한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은 방만한 경영과 성적 부진으로 팬들의 큰 반발을 샀다. 최근 카타르 왕가에서 맨유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글레이저 가문은 18년 전 인수 금액의 4배가 넘는 8조원을 요구하며 막판 협상 중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것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다. 뮌헨은 바이아웃 금액은 물론 김민재에게 거액의 연봉을 약속했다. 1700만 유로(약 240억원)인데, 이 금액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받는 165억원을 훌쩍 넘어선 아시아 선수 최고 몸값이다. 에이전트 수수료만 150억원가량 발생하는 큰 계약이다. 뮌헨이 5년 계약으로 김민재를 영입하는 데 들이는 총 비용만 2000억원이 넘는다. 뮌헨은 지난 10년 동안 분데스리가 우승을 싹쓸이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두 차례나 했다. 박지성을 뛰어넘는 우승 커리어를 쓸 수 있는 것도 뮌헨의 매력 요소다.

현재 김민재는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6월15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7월초 퇴소 예정인데 그 시기에 발동되는 바이아웃 조항에 의거해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확정된다. 그러나 이 역시 남은 2주 동안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분위기다. 맨유가 주도하던 협상 초반 분위기를 뮌헨이 채간 것처럼 맨체스터 시티, PSG 등 다른 메가클럽들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4월23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헤타페와의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는 마요르카의 이강인 ⓒEPA 연합

PSG, 이강인 등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선수들 불러모아

이강인도 김민재 못지않게 이적 흐름이 급변했다. 2021년 여름 FA 신분으로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 역시 바이아웃 조항을 갖고 있다. 당초 알려진 금액보다 2배 높은 2200만 유로(약 310억원)인데, 지난 2년 동안의 성장세를 주목한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겨울 이강인은 EPL의 애스턴빌라, 브라이턴 등의 관심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중위권 팀들이었다. 이번 여름에는 입길에 오르내리는 팀의 수준이 다르다. 이탈리아의 AC밀란, 나폴리가 새롭게 관심을 보였다. 

가장 꾸준한 관심을 보인 팀은 스페인 라리가의 3강 중 한 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지난겨울 이미 이강인 영입을 타진한 아틀레티코는 이번 여름에도 가장 먼저 협상을 시작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강력히 원했다. 아틀레티코는 1000만 유로에 선수를 얹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마요르카는 바이아웃 금액을 고수했고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그런데 6월13일 갑자기 PSG가 이강인 영입전에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언급되지 않던 팀이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이강인이 시즌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파리에 들러 구단 수뇌부를 만나고 1차 메디컬 체크까지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PSG는 자금력 면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바이아웃 금액을 가볍게 지불하겠다는 뜻도 전달됐다. 이번에는 반대로 마요르카가 이강인을 보내는 대신 PSG가 보유한 비주전 선수를 원해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봉도 400만 유로(약 55억원)를 제시했다. 

PSG가 이강인을 원하는 이유는 세대교체다.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한 후 PSG는 유럽 정복을 원했다. 매 시즌 엄청난 돈을 썼고, 그 정점은 2021년 여름 리오넬 메시의 영입이었다. 이미 총 4억 유로의 이적료를 질러서 데려온 네이마르와 음바페에 메시까지 더해지며 역대 가장 화려한 공격진이 꾸려졌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의 MNM 라인을 앞세우고도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했다.

월드컵 우승으로 마지막 목표를 이룬 메시는 PSG와의 동행을 끝내고 미국으로 떠났다. 음바페는 PSG와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며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타진해 논란이 됐다. 네이마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무대로 떠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름값의 조합이 아닌, 내실 있는 강팀으로의 변화를 모색 중인 PSG는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선수들을 불러모은다는 계획이다. 그 안에 이강인이 존재한다. 이강인이 가진 재능과 가능성을 주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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