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상태’ 광주 군공항 이전…광주시-전남도 ‘오월동주’ 통할까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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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작전’ 나선 전남도와 광주시, 전남 시·군들 관심 견인할까
‘설득’ 손 내민 김영록 전남지사…파격 ‘지원책’ 손짓 강기정 광주시장

지난 5월 광주·전남의 숙원이었던 ‘광주군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이전 작업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전 후보지를 둘러싼 이견과 갈등이 계속되면서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오전 비슷한 시각에 전남도지사와 광주시장이 마치 연합작전이라도 펼치듯 무안 지역 반대여론 설득작업과 유치지역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도가 전방에서 반대 여론 설득에 나서고, 광주시가 뒤에서 전폭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전남도 설득-광주시 지원’ 연합 작전 모양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군 공항 유치 지역에 기존보다 5500억 원을 얹은 총 1조원의 지원 카드를 내밀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군 공항 무안 이전 반대 여론’ 설득작업에 나섰다. 특히 잠잠하던 광주시의 지원 카드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터덕거리던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이 새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26일 오전 전남도청 앞 천막 농성장에서 ‘군공항 무안 이전 반대 범대위’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김영록(왼쪽) 전남지사 ⓒ연합뉴스/전남도
26일 오전 전남도청 앞 천막 농성장에서 ‘군공항 무안 이전 반대 범대위’ 관계자를 만나는 김영록(왼쪽) 전남지사 ⓒ연합뉴스/전남도

광주시-전남도 ‘연합작전’…반향 일으킬까

이날 양 시도의 이례적(?) 행보는 반대 여론에 밀려 군 공항 이전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전남 시·군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물론 광주시는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남 22개 시군에 동일하게 적용할만한 지원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전 대상 지역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무안, 함평 두 지역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힌다. 

나아가 그간 서로를 향해 ‘통 큰 결단’을 요구해왔던 양 시도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남도는 줄곧 광주시가 인센티브 범위나 액수를 먼저 제시하면 이전지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시는 후보지가 선정된 후 개발 비용과 범위,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오랜 기간 노력해 얻은 특별법이 겨우 통과된 상황에서 손 놓고 시간만 허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전남 시·군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을지, 특히 군 공항 이전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무안 민심을 돌리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남도청 앞에 설치된 광주 군 공항 무안 이전 반대 범대위 천막 농성장 ⓒ시사저널
전남도청 앞에 설치된 광주 군 공항 무안 이전 반대 범대위 천막 농성장 ⓒ시사저널

김영록 지사의 천막 구애…무안 범대위 반응 ‘냉랭’

우선 김영록 지사의 설득이 틀어진 무안 민심에 통할지 관심사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전남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송남수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약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김 지사를 대하는 범대위의 반응은 냉랭했다. 송남수 위원장은 광주 군·민간 공항 무안 이전 주장을 두고 김 지사에게 “지사는 왜 무안군민을 대변하지 않고 광주시를 대변하느냐”며 김 지사를 향해 쏘아 붙였다. 

이에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 무안군이 잘되고, 일이 잘 진행되도록 군 공항과 민간 공항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다독였다. 김 지사는 군 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피해 우려에 대해 “소음으로 인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군 공항 이전으로 무안군이 얻어낼 것이 10~20개 되도록 지사로서 노력하는 것”이라며 무안군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김 지사는 대화를 마무리한 후 “고생하신다”며 범대위 관계자들과 악수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는 지사와 악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전남도의 무안 설득이 ‘가시밭길’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성심성의를 가지고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무안군민을 직접 만나고 꾸준히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26일 오전 도청앞 광주 군공항 무안이전 반대 '범대위'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전남도
김영록 전남지사가 26일 오전 도청앞 광주 군공항 무안이전 반대 '범대위'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전남도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2일에도 도지사실에서 범대위 관계자들을 만나 광주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 이전 당위성과 군 공항 이전 우려에 대한 입장, 전남도 지원사업 발굴과 주민설명회 개최 등에 대한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그동안 광주시를 향해 두 가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두 가지 대책은 ‘소음’과 ‘지역발전’ 등이다.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유치 의향서를 받기 전에 광주시가 선행해야 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김 지사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청약제도에 비유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지사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모델하우스를 미리 보고 청약하는 것처럼, 군공항 유치 의향서를 받으려면 생활 소음 등 문제 해결책은 물론 광주시의 지원책과 국가 지원사업, 전남도의 추가 지원 등 획기적인 지원책을 주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잠하던 광주시 “군공항 유치 지역에 1조 지원”

이런 요구에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광주시는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광주 군 공항 유치 지역에 총 1조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비슷한 시각 시청 브리핑룸에서 “군 공항 유치 지역과 광주시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광주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보따리’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공감이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 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5월 10일 현장 의견을 청취해 이전 대상지 지원사업을 발표하기로 합의했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26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군 공항 유치지역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강기정 광주시장이 26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군 공항 유치지역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광주시는 기존 부지를 개발해 예산을 마련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른 차액으로 마련하기로 한 지원 사업비 4508억원에 광주시 재원을 더해 1조원을 조성해 지원할 예정이다. 군 공항 유치의향서가 제출되는 시점부터 햇빛 연금, 스포츠 아카데미, 항공 정비(MRO) 산단, 국제학교 등 지역 맞춤형 사업을 유치 희망 지자체, 전남도, 중앙 부처와 협의하고 추가로 지역 개발사업을 지원하겠다고 강 시장은 전했다.

유치 지역이 확정되면 관련 내용을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 명시해 가구·개인별 이주 정착 특별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공공 주택을 포함한 이주 단지, 영외 관사, 정주 시설 등을 집적해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도 조성한다.
 
광주시는 연간 5000여명이 교육을 받는 광주시 공무원 교육원도 유치 지역에 신축하는 등 공공 기관 이전 의향도 밝혔다. 유치 지역에는 또 363만㎡(110만평) 규모의 소음 완충구역을 추가로 확보하고 훈련 시간과 비행경로 조정 등을 국방부, 공군본부와 협의해 소음 대책도 추진한다.
 

‘셈법 복잡한’ 군 공항 이전 문제 풀릴까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은 이전 지역에 15.3㎢ 규모 신공항을 건설하고 8.2㎢ 규모 현 공항 부지 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총사업비는 5조748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군 공항 이전 주변 지역 지원사업비는 4508억원으로 잠정 추산됐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멈춰 선 광주군공항 이전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주군공항이 무안으로 이전하는 것이 최선의 안이라는 데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무안군의 반대 기류는 여전히 거세다. 대신 함평군과 지역사회 일부가 군 공항 유치를 희망하고 나서면서 더 꼬였다.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에 위치한 전남개발공사 본사 건물 벽면에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 동시 무안이전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에 위치한 전남개발공사 본사 건물 벽면에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의 동시 무안이전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여기에 광주 민간공항 이전 문제는 셈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광주시는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동시 이전을, 전남도 또한 최근 민간공항의 선 이전에서 동시 이전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정작 1차 당사자인 무안군은 여전히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한다. 이에 광주시 일각에서는 무안의 강력한 반발이 장기화될 경우 군 공항·민간공항의 함평군 동시 이전 카드까지도 활용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무안 공항 동시 이전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안군에 대한 파격적 인센티브가 제시된다면 전격적으로 얽힌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무안 범대위 한 관계자도 “광주시가 기아자동차 이전에 버금가는 통 큰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반대만 하던 군민들이 군 공항 이전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무안 일부 주민들도 “무조건적인 반대는 안된다”는 의사를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날 광주시의 파격적인 지원 방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광주시가 나름 ‘통 큰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무안 등 전남 지역 주민에게도 통 크게 다가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따라서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취임 2주년을 맞이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정치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난도 현안에 맞닥뜨린 두 사람의 정치력 발휘가 순조로운 광주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전남 이전에 대한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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