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中 공백, 韓 반도체가 대체 막는 것 어려워”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7.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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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에 中 주문 거부 어렵고, 반독점소송 당할 수도”
“메모리시장 내 타사 점유율 대체 여부 가리기도 힘들어”
6일(현지 시각)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한 '백필'(backfill) 합의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AP=연합뉴스
6일(현지 시각)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한 '백필'(backfill) 합의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AP=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린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대신 채우지 않도록 막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미국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신규 주문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시장의 판매 구조상 일반적인 신규 주문과 마이크론이 판매했을 몫을 대체한 물량을 분간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6일(현지 시각)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한 '백필'(backfill) 합의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백필은 '빈자리를 채운다'는 의미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의 수입 제재로 마이크론이 잃어버릴 시장 점유율을 한국 기업들이 가져가는 백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자 미국 정부가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는 기업이 직접 판매할 뿐 아니라 유통 업체를 통해서도 판매된다. 또한 현재 공급망 곳곳에 재고가 쌓여있으나 하반기엔 업황 개선으로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판매 구조와 업황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으로부터 받을 새로운 주문이 일반적인 주문인지 아니면 마이크론이 판매했을 물량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 분석됐다.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신규 주문을 거부한다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그만큼 가중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한 네덜란드 ASML은 중국 이외에도 제품을 사려는 고객이 많아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적지만, 메모리반도체는 현재 업황이 녹록지 않아 중국을 대체할 구매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재고가 넘치다가도 부족해지는 주기를 보이는 업황적 특성이 있어, 어느 시점의 매출을 기준으로 백필 금지에 합의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이크론과 한국 기업의 기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합의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담합 문제로 반독점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첨단 장비 확보를 막아 한국 기업이 혜택을 입을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려면,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1년 유예할 뿐 아니라 장기적 해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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