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돌의 기적’ 피프티 피프티는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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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프티 둘러싼 분쟁들…내홍 뒤 차기 활동도 제동 걸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빠르면 이달 말 결론

K팝 걸그룹 역사상 가장 빠르게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렸던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를 둘러싼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의 차기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들이 OST를 부른 영화 《바비》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무산됐고, 오는 8월 열릴 ‘케이콘 LA 2023’,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 등 해외 공연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최단’·‘최장’ 기록 쓰며 떠오른 걸그룹…논란의 시작은?

어트랙트 소속의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18일 첫 번째 앨범 ‘더 피프티(THE FIFTY)’를 발매하고 데뷔했다. 올 2월 내놓은 싱글 앨범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타이틀 곡 《큐피드》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틱톡 등 숏폼 콘텐츠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3월에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 진입했다. K팝 걸그룹 역사상 데뷔 후 최단 기간 안에 이뤄낸 성과였다.

이후 계속해서 차트 상승을 이뤄냈고, 해당 차트에서 15주 연속 머무르는 기록을 썼다. 이 역시 K팝 걸그룹이 쓴 최장 차트인 기록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님에도 글로벌을 관통하는 인기를 만들어낸 피프티 피프티에 주목도도 높아졌다. 이들이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게 된 배경이다.

《큐피드》는 7월8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24위를 기록했다. ⓒ피프티 피프티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기적의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 6월부터다. 데뷔 반년 만에 글로벌 인기를 얻게 된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이 싸움에는 소속사인 어트랙트, 음악제작을 맡은 프로듀싱 업체 더기버스, 피프티 피프티의 해외 유통사이자 글로벌 대형음반사인 워너뮤직의 자회사 워너뮤직코리아, 그리고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까지 얽혀있다.

지난 6월 말 어트랙트는 입장문을 내고 “외부 세력이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해 감언이설로 계약 위반을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멤버들을 불법적으로 빼내 가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트랙트는 이 ‘외부 세력’으로 더기버스를 지목하고,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또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지난 3일 워너뮤직코리아 전무와의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더기버스가 어트랙트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200억원 규모의 바이아웃(이적료를 제시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영입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몰래 멤버들을 넘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더기버스는 의혹을 부인한다. 더기버스 측은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레이블 딜’의 구조를 제안했고, 워너뮤직 측이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와 논의를 희망했으며 이 내용이 전달됐기에 양사 간 연결이 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레이블 딜은 자금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회사를 글로벌 직배사 산하 레이블로 두고,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금과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구조라는 것이 더기버스의 설명이다. 또 “자금이 부족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했던 어트랙트에게 이 제안은 좋은 시그널이었고, 장기적으로 회사와 아티스트에게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해 워너뮤직코리아의 제안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4월13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지난 4월13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트랙트 측 “아티스트 아닌 배후 세력이 문제”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분쟁도 진행 중이다. 6월19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멤버 측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로 ‘불투명한 정산’, ‘건강관리 위반’ ‘지원 부족’을 꼽았다. 지난 5일 멤버들의 법률대리인과 어트랙트 측은 팽팽한 법정공방을 펼쳤다. 피프티 피프티 측 법률대리인은 “어트랙트가 수익항목을 누락했고, 멤버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관리할 의무를 위반했으며 물적·인적지원도 부족했다”고 주장하며 계약이 해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트랙트 측은 “거래 구조에 대해 중대한 오해나 의도적 왜곡이 있는 것 같다”며 계약 내용에 대해 멤버들이 동의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사건의 본질은 아티스트 개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배후 세력이 있는 것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며 “어린 아티스트들의 미래를 위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고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6월19일, 한글 그룹명과 멤버들의 이름에 대한 상표권 출원이 멤버 가족들로 추정되는 명의로 신청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 활동명인 영문 이름은 지난 5월 어트랙트가 상표 등록을 마친 바 있다.

한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이 사태에 대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불순한 세력의 기회주의적 인재 가로채기는 K팝의 근본을 일궈낸 제작자와 아티스트 성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낸 어트랙트의 선전을 기원하며, 피프티 피프티의 빠른 복귀와 정상적인 활동을 기대한다”며 어트랙트 측에 힘을 보탠 상황이다. 연제협은 이번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관련된 제도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중음악산업진흥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연예인 FA도입, 아티스트 임대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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