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계약해 실거래가 높이고 계약 해지…‘집값 띄우기’ 적발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8.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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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의심 사례 541건 중 80%가 2021년 발생
법인 활용한 자전거래도 적발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에 나선 결과, 위법 의심행위 541건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에 나선 결과, 위법 의심행위 541건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거짓 거래 계약과 해지를 통한 '집값 띄우기' 수법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에 나선 결과, 위법 의심행위 541건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전체 적발 건의 80%가 아파트값 급상승기였던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년간 거래된 건이었다.

기획조사 대상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신고가로 거래 신고를 하고 장기간 경과한 뒤 거래를 취소하거나,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로 거래한 후 취소한 1086건이다. 국토부는 거래 당사자 간 특수 관계가 있는지, 계약서가 있는지 계약금을 수수했는지를 확인해 자전거래·허위 신고 의심거래 32건을 비롯한 위법 의심사례를 적발했다.

조사 결과 법인을 활용한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일례로, 1인 법인의 대표가 자신의 법인에 아파트 3채를 신고가로 매도했다가, 두 달 뒤 계약 해제를 신고하는 식이었다. 3건의 거래 모두 계약금을 비롯한 거래대금 지급 내역이 없었고, 한 채는 계약 해제 후 다른 법인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 '집값 띄우기'를 했다.

또다른 사례로 법인이 분양 아파트를 직원에게 신고가에 매도한 뒤 추격 매수가 붙어 실거래가가 올라가자 9개월 만에 계약을 해제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법인은 계약 해제를 신고하기 전에 법인 보유 주택을 끌어올린 가격에 다수 매도했다. 계약 해제 이후엔 해당 법인이 직원에게 계약금을 모두 반환해 줘 '법인-법인 직원' 사이의 자전거래가 의심된다.

국토부는 적발 사례 중 164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14건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경찰청에 통보했다. 소득세 탈루 등이 의심되는 429건은 국세청에 전달했다.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와 거래 신고 자료를 분석해 잔금 지급일 후 60일 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없는 거래 317건은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미등기 과태료 부과를 위한 지자체 통보 건은 경기도가 84건(26.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12%), 대전(5.0%), 서울(4.4%) 순이었다. 허위 거래 신고뿐 아니라 계약 해제 후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정상적으로 거래했지만 등기신청만 하지 않은 경우도 과태료 대상이 된다. 오는 10월 19일부터는 재산상 이득 취득을 목적으로 거짓 거래 신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상 벌칙 규정도 강화된다.

국토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 연결망을 분석해 미등기 거래 중 상습 위반이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허위 신고 여부를 직접 조사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등기가 되지 않은 거래를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 받도록 했는데,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같은 중개인, 거래 당사자의 반복 거래, 해제 거래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과학적인 분석 방법으로 이상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부동산거래 불법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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