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 논란’ 휩싸인 명량대첩축제…결국 ‘다나카’ 출연 취소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1 14: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량대첩축제에 굳이 일본인 캐릭터를…‘섭외 논란’ 커져
축제 집행위 “심려끼쳐 송구…반전 기획 통해 애국 표현 취지”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전남 해남·진도 울돌목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승전을 기리기 위한 ‘명량대첩축제’가 때아닌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축제 스페셜 게스트로 다나카 유키오(개그맨 김경욱)가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같은 소식에 섭외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은 다나카 출연을 결국 취소했다.

2023 명량대첩축제 공식 SNS(인스타그램)에 다나카 유키오가 출연한다고 알린 글이 올라왔던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2023 명량대첩축제 공식 SNS(인스타그램)에 다나카 유키오가 출연한다고 알린 글이 올라왔던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시사저널

축하 연예인에 日 호스트 컨셉 ‘다나카상’ 초대

20일 ‘2023명량대첩축제’ 홈페이지와 SNS 계정 공지 글에는 올해 축제 스페셜 게스트로 다나카 유키오(개그맨 김경욱)가 특별 축하쇼를 선보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축제추진위는 ‘오는 9월 8일 오후 9시 해남 우수영관광지·명량무대에서 펼쳐지는 다나카상의 스펙타클한 공연으로 초대합니다!’라고 다나카 유키오 사진과 함께 공연 소식을 홍보했다.

이에 축제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는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명량대첩축제를 개최하는 취지를 감안하면 일본인 콘셉트의 연예인을 축하 연예인으로 섭외한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다나카 유키오가 일본 유흥업소 남자 종사자를 콘셉트로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마저 보냈다.

​명량대첩 축제 스페셜 게스트로 다나카 유키오가 특별 축하쇼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는 비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명량대첩축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명량대첩 축제 스페셜 게스트로 다나카 유키오가 특별 축하쇼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는 비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명량대첩축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시사저널

“이순신 장군 욕보이지 마라” 네티즌 비판글 폭주 

SNS에서 네티즌들은 “이순신 장군님이 노하셔서 벌떡 일어나시겠다”, “명량대첩에 일본 유흥업소 종사자 컨셉 연예인이라니”, “명량대첩이 무엇인지 모르나봐 그냥 축제 하지마라”, “이런 축제에 그런 게스트 섭외한 사람 제정신이냐”, “이순신 장군 욕보이지 마라”, “축제 보이콧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주최 측이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해당 소식을 알리면서 ‘명량! 축하쇼에서 함께 즐길 준비 되어있으므니까’라고 일본식 발음으로 홍보한 점도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게시글에는 ‘모에모에꿍‘이라고 해시태그(#)도 달려 있었다.

일각에서는 일본 침략을 미화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등 내용에 문제가 없다면 일본 관련성만으로 배척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축제를 주최하는 전남도·해남군·진도군과 주관하는 (재)명량대첩기념사업회 측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상 관련 홍보 글을 모두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했을 뿐 한동안 정확한 기획 의도를 공지하거나 해명하지 않지 않았다.

명량대첩 축제에서 해남과 진도 어민들이 정유재란 당시 해전을 재현하고 있다. ⓒ해남군
명량대첩 축제에서 해남과 진도 어민들이 정유재란 당시 해전을 재현하고 있다. ⓒ해남군

주최 측의 다나카 섭외 이유는…“이순신 장군 무서워해서”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과 해남군은 공식 사과하고 다나카의 출연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주최 측은 20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즐겁고 유익해야 할 축제에 많은 분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 “다나카는 캐릭터 활동으로 이순신 장군이나 안중근 의사를 무서워하고, 영화 명량 등을 공포영화로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인 부캐릭터로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정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었으나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반응이 있었고, 반전 기획을 통해 애국을 표현하자는 취지였다”고 당초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해남군도 보도자료를 내고 “다나카 캐릭터 설정이 축제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축제 본연의 취지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 다나카 출연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량대첩축제는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과 전라도 어민이 1597년 9월 16일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기념하는 행사다.

2008년부터 전라남도, 해남군, 진도군이 공동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오는 9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간 울돌목이 위치한 전남 해남군 우수영관광지와 진도군 녹지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