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어 국힘도 ‘혁신위 시즌2’? 당내 분위기는 ‘시큰둥’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30 16: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상현, ‘수도권 위기론’ 타개책으로 혁신위 제안…“이재명 없는 野 대비”
당내서도 의견 분분…“지도부 흔들기” “김은경 혁신위처럼 실효성 의문”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총선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돌연 ‘당 혁신위원회’ 띄우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더불어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을 때를 대비, 2030·수도권·중도층을 잡을 전략이 필요하단 취지다. 다만 당내에선 혁신위 실효성을 두고 의구심 섞인 반응도 나온다. 직전 최재형호 혁신안도 수용되지 않은 상태에, 최근 민주당 혁신위도 사실상 좌초됐단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때 아닌 혁신위 제안이 ‘지도부 흔들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윤상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윤상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尹 “2030·수도권·중도층 잡아야…공천룰 건드리진 않아”

윤상현 의원은 지난 29일 국민의힘 연찬회 직후 취재진에 “당 지도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혁신위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인천) 지역구인 윤 의원은 앞서서도 당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도권 총선 위기론을 설파해왔다. 또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번 연찬회에서 수도권 표심 잡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의원은 3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혁신위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 “제가 말한 ‘혁신’은 이재명 대표 없는 민주당에 대해 미리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재명 대표가 9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결국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또 만약 사법처리가 안 된다 해도 이 대표는 민주당 분열을 막기 위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 혁신위 운영 방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구체적 기간은 출범 후에 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수도권이나 2030 중도층에 맞는 전략과 정책 메시지와 공약과 인물들을 발굴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천룰까지 건드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도부에서 혁신위 출범 제안을 최종 수용할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지도부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29일 기자들에게 윤 의원의 제안과 관련 “수도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가 분발하고 노력하자는 발언이 나와 말씀을 경청했고, (김기현) 대표님이나 저나 당을 운영하거나 원내를 운영하는데 참고할 얘기가 있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부터 ‘수도권 위기론’ 한 목소리를 내온 안철수 의원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선 “굳이 그 부분에 대해 얘기는 안했지만, 제가 말한 혁신위 제안에 대해 아마 찬성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021년 11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현재 국민의힘 의원)와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尹-安, 같은 ‘수도권 위기론’ 외치지만 태도는 다르다?

다만 윤 의원이 띄운 혁신위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실효성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온다. 직전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으며 제안한 혁신안조차 지도부에서 수용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여기에 민주당에서도 최근 당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위를 꾸렸지만, 오히려 자체 설화들과 혁신안의 쟁점 내용들로 오히려 계파 갈등만 키운 채 끝이 났다.

윤 의원이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 없이 ‘지도부 흔들기’만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찬회에 참석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연찬회에서도 화합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윤 의원이 계속 ‘암덩어리’라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해서 너무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분위기는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본인에게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의 태도가 같은 ‘수도권 위기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안 의원의 태도와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윤 의원은 연찬회에서 구체적 해결책도 없이 문제점만 지적했다면, 안 의원은 실질적 대책 마련을 위주로 말씀하셨다. 또 이슈를 쌓아가지 말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낸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혁신위를 띄울 때가 아니라 현실적인 해결책을 구상할 때”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도 윤 의원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수도권 위기론이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은 수도권에서 유리한 적이 없었다”며 “김기현 대표도 수도권 위기론을 누구보다 인식하고 있는 만큼, 물밑에서 인재 유입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합심해서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해야 하는데 (윤 의원은) 본인 존재감 띄우기에 급급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