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영호·김태효 등 ‘한국자유회의’ 멤버들, 尹 정부 곳곳에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8 07:35
  • 호수 17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출범한 뉴라이트 단체, 박인환·차기환·김광동 등도 이곳 출신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는 北 추종 전체주의적 전복세력’ 주장하기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으로 이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최근 기조와 인사 등에 과거 이명박(MB) 정부 시절 주축 세력이었던 뉴라이트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윤석열 정부 곳곳에 한 뉴라이트 단체 출신 인사가 대거 기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2017년 초 출범한 ‘한국자유회의’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북한 추종 세력에 의한 전체주의적 전복혁명’이라고 규정하는 등 선명한 뉴라이트적 역사·정치관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단체 출신 인사 11명이 윤석열 정부 내 다양한 요직에 기용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지난 7월 임명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핵심 안보라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재봉·이영훈 등 강성 우익 인사들 참여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자유회의는 박근혜 대통령 규탄 및 탄핵 요구 촛불집회가 이어지던 2017년 1월 출범했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강성인 학계·시민사회·언론계 등의 인사 100여 명이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반발성으로 모여 단체를 결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출범에 대해 온라인 매체 ‘뉴데일리’는 이들이 “이른바 ‘광장의 촛불’이 법치를 무시하고 위협하는 헌정 위기 상황의 타개를 위해” 단체를 창립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개된 창립선언문을 보면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의식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유주의 사상 강조와 반공 의식, 특히 촛불집회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특징이다. 다음은 선언문의 첫 대목이다. “우리는, 한국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지성인으로서, 북한 정권의 ‘통일전선전략’을 추종하며 허구를 앞세운 선전·선동으로 국민의 정치의식을 오도하여 국가적 정통성을 파괴하려는 ‘전체주의적 전복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신장하고 강화하는 데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

촛불집회 혹은 그 시위의 주도 세력에 대해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전체주의적 전복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또 다른 대목에선 촛불집회를 ‘반동세력의 책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토대로 한 국민주권론과 관련해선 “개인의 존재와 자유를 부정하며 국가와 사회를 동일시하는 내용을 가진 ‘집단적 개체’(북한헌법 제63조)를 주권자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전형적 전체주의 사고의 발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스스로를 뉴라이트 단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선언문 전반에서 강조된 내용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주장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단체의 출범 당시 참여자들을 보면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동복 전 의원,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등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 과거 뉴라이트 계열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윤창현 당시 서울시립대 교수가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단체에 참여한 대다수가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단체 참여자 중 다수가 현 윤석열 정부와 깊이 연관돼 주목된다. 시사저널이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자유회의의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7월 임명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다. MB 정부의 통일비서관 등을 거치면서 역시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돼온 김 장관은 단체 출범 때 실행간사라는 직책을 맡기도 했다. 장관 임명 전까지 보여온 적대적·극단적 대북관으로 논란이었던 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직접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주권론에 대해 한국자유회의와 동일한 시각을 드러냈다.

역시 MB 정부(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외교·안보 실세로 꼽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이 단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 차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대선 출마로 보수진영이 분열됐을 때, 이 전 대표를 규탄하고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는 등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돼 왔다. 김영호 장관과 김태효 차장은 MB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인식을 공유해온 두 사람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함께 안보라인의 핵심축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자유회의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맨 오른쪽이 현 통일부 장관인 김영호 당시 성신여대 교수 ⓒ연합뉴스
2017년 1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자유회의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맨 오른쪽이 현 통일부 장관인 김영호 당시 성신여대 교수 ⓒ연합뉴스

‘5·18 北 개입설’ 주장한  사람들도 발기인에

박인환 국무총리 직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도 한국자유회의에 동참했던 인사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던 박 위원장은 한국자유회의 출범식에서 “필요하다면 우파도 좌파 전술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며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의 발언을 인용한 후 “세월호·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채용하고 배워야 할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한 토론회에 참석해 “70% 이상의 국민이 문재인(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시적 국가 조사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김광동 위원장과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도 이 단체 발기인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MB 정부 당시 2008년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 등을 주장해 논란이 됐던 인사이기도 하다. 지난 8월 방문진 보궐이사로 임명되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보조를 맞출 인사로 지목되는 차 이사 역시 5·18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동일하게 ‘북한군 남파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재단 이사를 지낸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출신인 강규형 국가기록관리위 위원장도 이 단체 출신이다. 임헌조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도 마찬가지다. 임 전 비서관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뉴라이트 계열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다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소통비서관에 임명됐다. 다만 그는 임명 3개월 만에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를 분석한 시민사회수석실 내부 문건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로 유출된 사건의 관리 책임으로 면직됐다.

김영호 장관과 함께 한국자유회의 실행간사를 맡았던 박주희 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을 거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을 지냈고,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1기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외에도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근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외이사, 김구회 자유총연맹 부총재 역시 이 단체 출신이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 인사들 중 대다수가 올해 새롭게 임명됐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김영호 장관, 차기환 이사의 임명은 지난 7월과 8월로 최근 일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박은숙·뉴시스·연합뉴스
ⓒ시사저널 임준선, 박은숙·뉴시스·연합뉴스

“尹, 정권 유지 차원에서 뉴라이트와 연합”

이러한 윤 대통령 인사의 경향은 9월1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 등과 맥이 닿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후보자 역시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로 이미 MB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군 출신으로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기도 한 신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처음 요청하고 나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한 유튜브 채널에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을 파멸로 이끌었던 촛불은 거짓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한민국 계속성을 파괴한 반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뉴라이트적 사상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윤 대통령이 점차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자기 세(勢)가 약한 윤 대통령이 정권 유지 차원에서 가장 규모가 있는 MB 정부 당시의 뉴라이트 세력과 연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동안의 좌편향적·이념적 정책에 대한 반작용이자 국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신(新)냉전 환경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봤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한국자유회의가 화두에 오른 바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9월8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영호 장관을 상대로 한국자유회의와 관련해 “단체의 주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식에서의 메시지 등을 보면 같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용적 싱크로율이 100%에 가깝다”면서 “최소한 윤 대통령이 이 극우 보수단체에 경도돼 있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남북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볼 때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어떤 면에선 대단히 진보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단체에 참여한 지식인들에 대해 극우라고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