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이재명에 영장 청구한 檢…‘체포안’ 향배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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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명 대표 응급 이송 직후 구속영장 청구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지켜야” vs “검찰탄압 맞서야”

검찰이 18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이 대표를 겨냥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의 ‘표심’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이 대표가 단식 여파로 이날 병원에 긴급 이송되며 당내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친이재명를 중심으로 당이 단일대오로 ‘검찰 탄압’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로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18일 오전 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로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18일 오전 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李 병원 이송되자 영장 청구한 檢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위증교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크게 세 가지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하고, 사업에서 배제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2019년 2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아무개씨에게 연락해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혹,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에 민주당 지도부는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 여파로 쓰러진 날 검찰이 ‘의도’를 갖고 영장을 청구했다는 의심에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밝혔다.

그는 “저를 비롯한 민주당의 여러 의원들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국회 비회기에 보낼 것을 요구해왔다”면서 “그런데도 굳이 정기국회 회기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것은 정치행위다.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18일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송된 여의도 성모병원에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18일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송된 여의도 성모병원에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예고된 체포안. 당내 의견은 ‘분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시화되면서, ‘가결과 부결’을 둘러싼 민주당 내 논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두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은 가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무기한 단식 여파로 쓰러진 가운데 정부 여당이 이를 철저히 외면하자, 당내 여론에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검찰이 폭주하고 있다’는 당원들의 집단 반발을 근거로 친명계가 ‘부결론’을 주장하면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의 이 대표 영장 청구에 대해 “저는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연히 부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론으로 부결시키는 방안까지) 논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타이밍’이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고리로 민주당의 분열을 유발하려 ‘회기 중 영장 청구’를 강행했다는 비판에서다. 친명계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의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저희는 8월에 비회기 기간에 영장을 청구하라고 분명히 충분히 시간을 드렸고 그 시간을 거부한 검찰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5선 중진의 이상민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의 비명(비이재명)계는 체포안 투표를 가결시켜야 ‘방탄 정당 프레임’을 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원칙론을 강조하는 비명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월27일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도 최소 31~38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바 있다.

비명계 대표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검찰의 무도한 수사에 맞서서 증거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수사인데 내가 당당히 걸어가서 영장을 기각 받고 오겠다, 가결시켜달라고 말씀을 해 주시는 게 제일 낫다”고 주장했다.

일각에는 민주당이 ‘딜레마’에 처했다는 시각도 있다. 체포동의안 결과가 어떤 쪽으로 나오든 당의 내홍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만약 표결이 부결되면 민주당은 ‘방탄 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백지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비롯한 당원들의 집단 반발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지도부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한편,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오는 ‘20일 본회의 보고 →21일 표결’ 또는 ‘21일 본회의 보고→25일 표결’ 가능성이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25일은 여야 합의에 의해 본회의가 개최되기 때문에 21일에 끝나고 추후 25일에 본회의를 열지 안 열지는 불투명하다”며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 간 협의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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