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에도 성과급 지급한 공공기관…정직자에겐 보수도 줬다
  • 정윤성 인턴기자 (jys7015@naver.com)
  • 승인 2023.09.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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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등으로 중징계 받고도 성과 등급은 ‘S’ 등급
‘정직’ 처분 받고 일 안 해도 월급 절반 이상 주기도
“비위자 처분 여부, 경영평가 반영하면 자정 나설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의결한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직원들이 중대비위로 징계를 받고도 성과급과 보수를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지침 등을 통해 징계자에 대한 보수와 성과급 지침을 명시해왔으나 내부에선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침에 어긋나는 만큼 관련 규정을 엄격히 이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3년 정기국회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공공기관들이 재산·성·음주운전·부정청탁 등의 사유로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최하등급(E)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각각 비위자 2명에게 최상위 성과 평가등급인 S등급을 줬다.

좋은 평가등급을 받은 중징계 직원들은 성과급도 챙겼다. 과도한 성과 지급액 상위에 오른 한전KPS는 중대 비위자 81명에게 2억16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성과급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징계로 정직 처분을 받은 임직원들은 정직 기간에 보수까지 꼬박꼬박 챙기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정직 처분은 재산비위, 성폭력 등 심각한 직무상의 의무 위반에 대해 내려지는 징계다. 정직 처분을 받으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해당 기간 중 보수는 전액 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한 101개 주요 공공기관 중 16개 기관에서 정직 징계를 받은 332명의 인원에 대해 약 21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기관별 지급액을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4억4000만원), 중소기업은행(4억3000만원), 한국철도공사(3억5000만원) 등이 징계를 받아 일을 하지 못하는 직원에 대해서도 기본급의 50% 이상을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이 내부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보수를 준 것이다.

 

강제성 없는 공공기관 운영지침…“경영평가에 반영해야”

이같은 행태가 매년 반복되는 데 대해 전문가는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지침을 내부 규정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유상엽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 지침이나 규칙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규정 개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원칙적으로는 실적에 대한 보상인 성과급과 윤리 문제는 분리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공공기관의 특성상 비위를 저지르고, 지침을 어긴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위를 저지르고도 보수와 성과급을 챙기는 것에 대해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대 비위자에 대한 처분이 미흡하다는 점을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에는 엄격한 윤리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지침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것을 평가 항목에 강화하면 공공기관도 자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인사윤리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대안으로 삼는 이유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이 경영평가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기 때문이다. 종합등급이 보통(C)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지급 받지 못한다. 또한 경영평가에서 가장 낮은 아주미흡(E)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까지 건의할 수 있다. 2022년 경영평가에서 한전KPS와 한국마사회는 양호(B)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은 정부 지침을 성실히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중대 비위자들에게 2억여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한전KPS 측은 “관련 정부 지침은 2020년 4월 신설됐고 개선 명령 이후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의 사례는 규정 개정 전이나 계도 기간에 발생한 것”이라며 “규정 정비 이후인 2022년부터는 중징계를 받은 직원 3명에게 실제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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