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누락·자녀 의혹’ 이균용, 웃으며 “죄송”…野 난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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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비상장주식 미신고’ 맹폭하며 자진 사퇴 압박
자녀 해외계좌 미신고에 건강보험법 위반 논란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0억원대 재산 누락 논란과 처가·자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잘 몰랐다"는 취지로 방어선을 쳤다. 야당은 30년 넘게 판사 생활을 한 이 후보자가 정작 자신과 가족 관련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하지 못한 점을 맹폭하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본인과 배우자, 자녀들이 보유한 9억9000만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비상장주식) 가액이 10억원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10억대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에 "몰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장 자격에 의문을 드러내며 자진 사퇴 의향을 묻자 이 후보자는 "사실대로 말씀드린 건데 아무튼 죄송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의원은 "선출직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고 고위 공직자들은 중징계를 받는다"며 "후보자 자리는 그보다 더 큰 자리이다. 무려 10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누락하는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재차 추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답변드리기 조금"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의원은 답답함을 드러내며 "33년간 재판을 한 사람이, (지금까지 재판에서도) 몰랐다고 하면 있던 죄도 없게 판결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후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답변 과정에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박 의원이 "웃음이 나오느냐"고 질타하자 이 후보자는 고개를 숙인 채 "아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 김아무개씨, 두 자녀는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 주식 약 9억9000만원 상당을 보유 중이다. 두 회사는 모두 이 후보자의 처남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후보자 측은 해당 주식을 2000년경 취득했는데 2020년부터 가액 평가방식 변동으로 법적인 신고 의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줄곧 이 주식을 재산 신고에 포함하지 않다가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뒤늦게 추가했다. 

이 후보자는 해당 비상장주식이 신고 대상인지 조차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대법원장 후보자가 수 년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비판이 커졌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자녀 해외계좌 신고 위반에 "송구"…김앤장 인턴 '아빠 찬스' 부인

이 후보자 자녀들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증여세 탈루나 '아빠 찬스' 의혹 등에 대해 고의성이 없었다거나 인턴 채용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자녀들의 해외계좌를 단 한번도 신고하지 않은 점을 짚으며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자의 장남은 2014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미국 소재 투자은행에서 근무, 약 3억500만원의 근로소득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급여 수령을 위해 사용한 계좌는 공개된 적이 없다. 유명 첼리스트로 알려진 장녀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장남의 유학 시절 사용 계좌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의무가 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대한 경위를 묻자 "(장남이) 최종적으로 한국에 취직할 것이라서 선진금융기법을 배우는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별다른 재산이 있다고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쨌든 그 부분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했다. 이 후보자 배우자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장녀에게 해외 계좌로 매년 9000∼1만 달러씩 총 6800만원을 보냈는데 별도의 증여세 납부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녀는 오케스트라 협업 등으로 비정기적 수입이 있고, 국내 예금 계좌에도 1억원 이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생활비를 보낸 것은 사실상 증여라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자녀의 미국 생활비로 보내준 것"이라면서도 "저희는 그렇게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해외에서 생활하던 장남을 2019년 1월까지, 장녀를 2022년 11월까지 이 후보자가 자신의 건강보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법을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제가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 후보자 장남이 만 20세 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을 두고 '아빠 찬스'라며 "후보자가 2030 청년들로부터 신뢰받는 대법원장이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이 군대에 들어가려고 휴학하고 와서 친구들이랑 들어간 것으로 안다. (자세한 경위는) 전혀 알지 못하고 저와 관련없이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아들의 로펌 인턴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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