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단서는 있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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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체포안 표결 결과…‘릴레이 단식 동조’ 70명의 의미는
‘침묵’ 110여명 중 29명만 이탈해도 가결?…전운 감도는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21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민주당 원내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도 ‘릴레이 단식’ 동참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엔 현재까지 7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수치가 오는 21일 진행될 체포동의안 부결표의 ‘최대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침묵하는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 70여명, ‘릴레이 단식’ 동조 의사 표명

20일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원외단체 위원장들이 함께 소속돼있는 SNS 단체채팅방에는 이 대표의 단식 동조 여부를 확인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친명(친이재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에서 주도적으로 원내의 단식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글과 관련해 현재까지 약 70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동조 단식’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다수는 친명계 의원들이었으며, 중진급에서도 이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는 우원식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명계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18일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쓰러지면서 단식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 수가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해당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층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의원이 이날 기준 71명으로 확인됐다. 지지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 표명 명단’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날린 뒤, 부결 의사 답변을 보낸 의원들의 명단을 실시간 추가하는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응답이 없는 민주당 의원 명단도 따로 집계되고 있다. 부결표를 행사하도록 압박하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선 현재 단식 동조나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를 밝힌 약 70명이 민주당내 부결표의 최대치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친명계의 지속적인 단식 동조와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에도 민주당 전체 의석(167석)의 과반은 넘지 않은 것이다. 비명계 재선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단식에 동조하거나 문자로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의 표심은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번 체포동의안은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29명만 나와도 가결 정족수인 149표를 채워 가결되게 된다. 국민의힘 소속(111명)과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2명)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6명)과 시대전환(1명)까지 총 120명의 의원들은 가결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계 야권 의원 177명 중 현재까지 단식 동조나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의원 약 110명의 선택에 따라 체포동의안 결과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 단식 16일째인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단식 16일째인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親明+개딸’ 부결 촉구에 부담 커진 非明

민주당에선 여전히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친명계 의원들과 지도부 측에선 체포동의안 부결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당무위원회에서 영장 청구,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격앙, 분노, 규탄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부결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이 나온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민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결은 당의 자해적 혼란을 낳을 것”이라며 당론 부결을 주장했다.

다만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친명계가 원내 채널까지 동원해 체포동의안 표결을 종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명계 재선의원은 시사저널에 “여기(동조 단식)에 동참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 느낌도 든다”고 비판했다. 비명계 중진인 이원욱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원들의 부결 인증 릴레이를 두고 “성경에 나오는 십자가를 밟고 지나갈 것이냐, 말 것이냐 이런 것들이 생각나는 행위”라며 “의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의 체포동의안 부결 종용 문자폭탄도 비명계 의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분위기다. 비명계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저도 가결 입장이지만 소신을 밝히기 어렵다”며 “원내 SNS에 올라온 글은 물론, 실명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명단까지 돌고 있으니 압박받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도 많이 받고 있다”며 “물론 지지자분들이야 지금 이 대표의 상황을 보면 화날 수밖에 없으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저도 이들의 압박에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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