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환자 알선 받아 ‘300억대 매출’ 올린 강남 안과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9.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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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브로커 기소…‘실손보험’ 가입 40대 후반~70대 집중 알선
검찰 ⓒ시사저널
검찰 ⓒ시사저널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 백내장 환자들을 안과에 알선한 대가로 수십억원의 뒷돈을 주고받은 서울 강남의 안과병원 원장과 보험설계사 출신 브로커 일당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병원은 연간 200억~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유식)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소재 A안과의원 대표원장 박아무개(49)씨와 같은 의원 총괄이사 김아무개(45)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와 김씨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소아무개(36)씨 등 병원 브로커 6명에게 환자 알선 대가로 총 40억원 상당을 지급하고 알선을 사주한 혐의를 받는다.

소씨는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A병원과 홍보·마케팅 업무 대행 계약을 가장한 환자알선 계약을 맺고 환자 알선비 약 24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브로커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1억7000만∼5억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브로커들에게 환자 알선 대가로 환자 1명당 150만원 또는 백내장 수술비의 20∼30%를 현금 지급하고 브로커를 광고 대행업자 또는 직원으로 둔갑시켜 합법적인 지출로 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백내장을 진단받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받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계약 내용에 따라 최대 100%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40대 후반∼70대 가입자들을 집중적으로 알선했다.

A병원은 이렇게 모집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비 청구가 가능한 고액의 백내장 수술을 실시해 연간 200억∼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 백내장 환자들만 확보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부 브로커들은 그 산하에 팀원들을 두고 조직적으로 실손 보험에 가입돼 있는 환자들을 모집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사건을 송치받은 뒤 A병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추가 브로커를 적발하고 이달 14일 수수액이 가장 큰 소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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