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파격 드레스’ 류호정이 띄운 지 2년째…타투법 근황은?
  • 변문우 기자·강윤서 인턴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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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국민 1300만 시대, 타투업 여전히 불법…국회엔 9개 법안 계류
법조·의료계 반발…“타인 몸에 칼 델 ‘자격’ 非의료계에 넘겨주는 셈”
정의당 류호정 의원(뒷모습)이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정의당 류호정 의원(뒷모습)이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파격 패션’으로 국회에서 ‘타투(문신)업법’ 제정을 외친지 2년이 지났다. 당시 류 의원은 등이 깊게 파인 보라색 드레스 차림으로 ‘꽃모양 타투’를 몸에 새긴 채 국회에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류 의원의 활약으로 음지에 있던 타투이스트들은 예술인으로서 떳떳하게 샵(가게)을 운영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후 타투업법 국회통과는 지금까지 감감무소식 이다. 의료계 등 연관 직역과의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국내 문신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문신 법안 관련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구문신을 경험한 사람은 약 300만 명, 눈썹이나 입술 등 반영구문신을 경험한 사람은 약 1000만 명에 이른다. 비의료인 타투이스트도 반영구화장의 경우 30만 명, 영구화장의 경우 5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갤럽이 지난 2021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연령의 평균 타투업법 찬성률은 50%를 넘었다. 특히 20대에선 81%가 찬성했다.

그럼에도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만 공식적으로 문신업을 할 수 있다. 타투이스트들이 의사 면허 없이 제공하는 타투 시술은 모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타투이스트와 소비자들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국회에선 현재 타투업 관련 법안이 9개 계류된 상태다. 류호정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주민·송재호, 국민의힘에선 강기윤·홍석준·엄태영 의원이 발의했다. 여기에 국회부의장직을 맡고 있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도 지난 15일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문신 시술자의 면허와 업무범위, 위생관리의무, 타투업소의 신고와 폐업 사항,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신 산업을 양성화하고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4월 문신업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6월 법안심사소위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다수의 이견으로 합의가 불발됐다. 주요 쟁점으로는 ▲서화문신-반영구화장문신 간 업종 분리여부 ▲위생교육 및 시설·위생기준 등이 제기됐다. 이에 김영주 의원이 주요 현업 문신단체들 간의 의견을 조율해, 새로운 ‘문신업법’을 발의한 것이다.

김 의원의 ‘문신업법’은 단일 문신행위 개념 아래에 ‘서화문신’과 ‘미용문신’을 구분했다. 면허와 위생기준은 통일하면서 필요시에만 두 개념을 구분할 수 있도록 업종 분리에 관한 쟁점을 조율한 것이다. 또 시설·위생기준에 관해서는 현업 문신사들이 의료기관의 권고로 이미 준수하고 있는 감염지침을 수용하여 ‘멸균’의 적용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종래에 발의된 법안들보다 위생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문신.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연합뉴스
ⓒ연합뉴스

“문신염료의 의학적 검증 불충분…합법화 시기상조”

현업 문신단체들도 해당 법안에 대해 환호하는 분위기다. 대한문신사중앙회, 타투유니온, 국제보건미용전문가연합회, 한국패션타투협회, K뷰티인협회, 대한두피문신전문가학회, 한국반영구화장학회 등에선 김 의원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법안에서 쟁점 사항이 잘 조율됐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대중화되고 있는 문신 문화에 따라 문신업 합법화를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다만 문신업이 합법화되면 타인의 신체안전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비의료계에 맡기는 첫 사례가 된다. 이는 소비자들의 신체안전성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한을 풀어주는 셈이라는 게 법조·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문신시술이 의료행위라는 것은 대법원 판례의 명백한 사실인데, 비의료계에 제한 없이 면허가 아닌 자격으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문신용 염료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문신업 합법화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 이사는 “문신이 지워지는 경우는 염료가 날아간 게 아니라 몸에 흡수된 것”이라며 “이렇게 흡수된 염료는 간과 콩팥을 통해 배설되기도 하지만 중금속의 경우는 체내에 쌓이기도 해 위험하다”고 전했다. 정준민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도 “문신과 반영구화장 염료에 사용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벤조피렌)은 국제 암연구기관에 의해 등재된 발암물질에 해당한다”며 문신염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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