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친명-비명 나뉘어 싸울 때 아냐…자객 공천? 경선이 원칙”
  • 이원석·오종탁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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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현 민주당 신임 최고위원 “총선 승리 위해 당 일치단결·혁신해야”
“이재명과 개인적으론 몰랐다…친명 아닌 충청 몫으로 선임”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신임 최고위원이 11월1일 당무위원회를 통해 정식 임명됐다. 박 최고위원은 대전·충청권에서 20년 넘게 환경 분야 등 시민운동에 매진했고, 대전광역시의원을 거쳐 충청권에서 여성으로는 드물게 지방자치단체장(대전 대덕구청장)까지 지낸 지역통 인사다.

이재명 대표의 박 최고위원 지명은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이 친(親)명계로 분류되며 비명계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비명계에선 ‘자객 공천’ 논란이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은 11월6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박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본인을 둘러싼 몇몇 논란들과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월6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월6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친명 아닌 사람 어딨나…친명-비명 구분은 정치적 프레임”

당 지도부가 본인을 최고위원에 임명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충청 여성 몫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도부에 충청 출신이 너무 없었다. 저는 24년간 대전·충청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지역 균형 발전 관점에서 행정수도 이전 등을 위해 싸우면서 충청권 대표 투사로 부각됐다. 또 시의원과 구청장을 지내면서 나름의 정치 경력도 쌓아왔기에 선택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당연히 (최고위원직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충청권은 국토의 중심이고 우리 당으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전략 지역이다. 그런 지역의 인사가 지도부에 없다는 건 우리 당 입장에서 매우 곤란한 거다.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 승리를 통해 전국에서의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 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깨가 무겁지만 역할이 주어지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 이재명 대표와는 인연이 있나.

“개인적으로 알지 못 한다. 대선 때나 당 대표 선거 때 지역 현장 등에서 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밥 한 번 먹은 적 없다. 가까이에서 인사한 것도 이번 당무위 때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키가 크시더라.”

친명계로 분류돼 선임 과정에서 비명계의 반발이 있었는데.

“(민주당) 모두가 친명 아닌가. 이 대표는 우리 당원 78%가 뽑은 대표다. 바라보는 시각이나 의견이 다를 순 있지만 그걸 가지고 친명이다, 비명이다 구분하는 건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한가한 소리다. 친명, 비명 나뉘어서 싸울 시점이 아니다. 내년 총선이 어찌될지 모른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독재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우리 당이 과반을 넘어야 한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자객 공천’ 논란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

“박 의원과 저는 대학 동기다. 지역에서 좋은 지도력을 가진 분이고 일도 열심히 하는 분이다. 제가 선임되고 박 의원도 충청권 인사가 지도부에 들어간 건 환영할 일이며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당이 절 임명한 건 자객 공천을 위해서가 아니라 충청권을 더 돌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다만 제가 출마를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정치인은 늘 정치적인 상황이 됐을 때 자기 비전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정현 최고위원이 11월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정현 최고위원이 11월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친명계라도 현역 허들 넘기 어려워…잘하기 경쟁 될 것”

비명계에선 친명계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비명계에 대한 공천 불이익 우려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경선이 원칙이다. 각 지역에 오래된 현역 의원들이 있는데 친명계라고 하더라도 그 허들을 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현역에게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경선을 안 하거나 할 수 없다. 친명이냐 비명이냐 경쟁이 아니라 잘하기 경쟁이 될 거라고 본다. 경쟁하는 사람들은 어렵겠지만 주민들 입장에선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으니 더 좋다.”

이 대표도 화합을 얘기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 계속해서 반발이 나오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불만이 없을 순 없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용산(대통령실)의 그립이 워낙 세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거지 왜 불만이 없겠나. 반면 우리 당은 수평적이다.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정리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왔다. 그런 측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서 왜 민주당을 선택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윤석열 검찰정권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지 않나. 민주주의는 후퇴됐고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기업들도 다 빠져나가면 청년 일자리는 어쩌나. ‘국정 기조 바꿔라’ ‘장관 교체해라’하는데 꿈쩍도 안 하지 않나. 야당에 힘을 실어주셔서 견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나.

“역시 일치단결이다. 현역 의원들이나 후보로 나서는 분들이나 일치단결해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 또 하나는 혁신이다. 세상의 변화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게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민생정당이 돼야 한다.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국민과 시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

반대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뭘까.

“최근에 우리 당에서 몇몇 분들이 우리가 200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서 이 대표도 경계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에 이 대표의 메시지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라고 했다. 거기에 답이 있다. 상대가 잘못하는 데 기대서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우리의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혁신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도 험지 출마론이 나오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최근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험지로 출마하라는 요구가 나왔는데.

“이 대표나 지도부가 지금 좋은 지역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경상도에 있는 중진들을 향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는데 말은 근사하지만 수도권에 있던 사람은 무슨 죄인가. 뜬금없다. 앞뒤가 안 맞는다. ‘누가 어딜 가라’ 이런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공천, 혁신 공천을 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공천에 있어 어떤 게 필요한가.

“경선 룰을 잘 만들어서 신입도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 ⓒ시사저널 이종현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 ⓒ시사저널 이종현

“국회가 여의도에 갇혀 있어…지방정부 출신들 들어가야”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

“대학을 졸업하고 24년간 시민운동을 했다. YMCA에서 10년간 일했고, 대전충남 녹색연합 창립멤버로 1997년부터 14년 정도 환경운동을 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는 촛불을 들었고, 4대강 반대 운동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2010년도에 민주당 제안을 받아 시민사회 몫 비례로 대전시의원이 됐다. 2014년에 지역(대전 서구)에서 시의원 재선을 했는데, 재선 쯤 해보니 일이 진짜 하고 싶었다. 지역 사회를 좀 바꿔보고 싶어 2018년 대덕구청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4년간 열심히 일했다.” 

대전·충청 지역에서 여성 지자체장은 매우 드문 사례로 알고 있다.

“거의 없고, 민주당에선 처음이었을 거다. 구청장 선거 때 경선에서 4명이 경쟁했는데 여성 가점 받아 이겼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다. 결국엔 가점 안 받고 2배 이상 차이로 이겼다.”

구청장 시절 성과를 꼽는다면.

“크게 세 가지다. 주민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를 처음으로 전동했고,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또 미래를 준비했다. 그 중 하나가 기후위기다. 대덕구 안에 산업단지가 많은데 5인 미만 사업장 중심으로 RE100(전력량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을 같이 하는 협약을 맺고 태양광을 달도록 했다. 기본 소득 개념으로 ‘어린이 용돈 수당’ 제도를 운영했다. 월 2만원씩 아이들에게 용돈을 줘서 경제교육이 되도록 했다.”

총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뭔가.

“지금은 국가 어젠다가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기후위기, 산업구조, 노동구조 등 사회·정치·경제가 다 해당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옛날 방식으로 초기 산업화시대 때 했던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저는 미래 비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준비돼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또 국회가 너무 여의도에 갇혀 있다고 본다. 기초자치단체 운영했던 지방정부 출신들이 국회에 어느 정도 세력으로 들어가야 민생도, 지역분권도, 자치 문제도 잘 풀어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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