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낙하산 임원 꽂기는 이제 그만해야”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9 14:05
  • 호수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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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공사, A 임원의 건설사 골프접대 의혹 수사로 내부 술렁
[인터뷰] 조준우 노조위원장 “권한 집중이 문제, 임원 선발 목소리 낼 것”

“이번 A 임원 비위 의혹 역시 예견된 결과다. 앞으로 우리는 들러리 임원을 지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는 후보들의 실력과 인성,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11월9일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산도시공사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조준우 위원장의 말이다. 14대 노조 집행부에 이어 15대 집행부를 이끌어가는 조 위원장은 최근 임원 골프접대 의혹이 불거진 이유로 경영진에게 ‘집중된 권한’을 꼽았다. 균형을 맞춰 예상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것이다.

조 위원장은 임원의 도덕성이 공사 발전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임원 선발 과정에서부터 노조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조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력은 기본이고 인성과 도덕성까지 검증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부산 발전에 부산도시공사가 주역이 되도록 노조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사 발전을 위해 공간과 인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도시공사 제공
최근 부산도시공사 소속 임원의 골프접대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조준우 노조위원장(작은 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도시공사 제공

“실력 있는 공채 인재는 이미 준비돼 있어”

공사 창립 이래 내부 승진 등기임원은 단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라도 내부 임원 승진자들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 내부 승진 임원 역시 공사 창립과 함께 공무원에서 전직하신 분이다. 그 당시 직원 대부분이 공무원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도시공사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반면 공무원과의 관계 설정에서 상하 관계의 종속적인 지위로 전락하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문화가 서로 몸에 배어있다. 그렇다 보니 부산시와 공사 간 상호 업무의 중간 역할을 해줄 고위직 공무원을 선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태의 조직문화는 새로운 시대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 현재 공사는 공채 1기부터 19기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 인재들이 차고 넘친다. 업무의 연속성도 없이 퇴사할 때쯤 조직을 이해하는 외부 임원은 공사의 발전을 저해한다. 현상 유지만 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내·외부에서 말할 정도다. 공채 기수 중 실력으로 성장한 공사의 발전을 위한 인재는 이미 준비돼 있다.”

‘실력’과 함께 최근 임원 비위 의혹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청렴’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 비위 의혹 역시 예견된 결과다. 과거와 달리 요즘 공공기관 임원은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 인성과 도덕성이 함께 겸비돼야 한다. 예전처럼 부산시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 출자·출연 기관에 굴러온 돌을 위해 박힌 돌을 빼던 식의 임원 꽂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들러리 임원을 지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는 후보들의 실력과 인성 그리고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상적인 방법으로는 이전 근무 기관에서의 개인 평가 관련한 비중을 높게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부장을 뽑을 때 외부에서 지원하고 내부에서도 지원하는데,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덕성 등을 갖춘 훌륭한 사람이 와야 한다.” 

부산도시공사 노동조합원들이 2021년 부산시청 앞에서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
부산도시공사 노동조합원들이 2021년 부산시청 앞에서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노동조합 홈페이지

“일할 사람이 없어 사업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조금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현재 공사의 복지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공공기관의 복지 수준은 정부의 예산 편성 기준으로 관리하다 보니 사실 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모순이다. 노동법·근로기준법보다 지침이 더 우위에 있는 실정이어서 노사의 임금교섭 역시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외부에서 공사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보고 놀란다. ‘급여가 그것밖에 되지 않냐’고도 말한다. 밖에서 보면 수천억원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니 대단한 수준의 급여를 기대하지만 수도권과 타 광역시 도시공사보다 급여 수준이 낮다. 노조에서 차이를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총인건비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도시공사 직원들의 성과는 타 공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공공기관 중 노력과 실력 그리고 성과도 높은 곳이 우리 공사이고, 그 중심에 직원들이 있다.” 

공사 인원 중 아르피나(부산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호스텔) 운영직과 도시재생지원센터 인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도시공사의 개발사업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원은 300명 정도라고 한다. 증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하는지.

“기술직이 190명이다. 그중 관리자를 제외하면 160명 미만이다. 도시공사의 주요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 유지관리사업, 단지조성사업, 주택건립사업 등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1인 1사업장 책임제로 운영하는 실정이라 인력이 부족하다. 3본부의 조직으로 운영하는 한계점도 있다. 정원 353명의 조직으로 4본부의 요건은 구비됐고 사업비 6조원에 달하는 공항복합도시 조성사업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서 조직 및 정원 확대는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사업의 3가지 기본 요건은 시간과 자본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인력이다. 자본이 없어서 사업을 못 하는 경우는 이해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서 사업을 하지 못한다면 부산 시민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엑스포를 유치하면 많은 사업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지금의 인력으로는 부족하다.” 

인력 증원은 신사옥 신축이라는 숙제와도 연결되는데, 관련한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긴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무조건 찬성이다. 후보지 위치 선정에는 다소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보지만 신사옥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는 입장이다. 공간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은 지금 공간과 인적 자원 둘 다 부족하다. 예전보다 인력이 거의 배로 늘었는데 공간은 그대로다 보니 직원들의 휴식 공간부터 회의 공간까지 부족하다. 많은 근무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사의 균형과 노조의 견제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권한이 집중되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고 문제가 생긴다. 이번 임원 비위 의혹 사태도 역시 권한의 집중으로 생긴 문제라고 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우선적으로 임원 선발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실력은 물론 기본 인성과 도덕성까지 검증되도록 하겠다. 또 앞으로 조직, 정원 확대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이다. 노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시작으로 부산 발전에 도시공사가 주역이 되도록 노동조합이 노력하겠다.”  

견제와 비판도 중요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공사가 잘하고 있는 점을 꼽자면.

“우선 부산에 있는 공기업 중 흑자를 많이 내는 기업이라는 점을 들고 싶다. 순수 자본으로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 지역사회에 환원도 하고 부산시에 배당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공기업으로서의 공적인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건전한 재무 상태를 바탕으로 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사업을 잘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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