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한결같이… “봉사는 운명, 매 순간 행복”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9 15:05
  • 호수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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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찬 부산진경찰서 행정관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우들의 환한 미소 보답이 가장 큰 힘”

“나에게는 수많은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봉사를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30여 년간 어려운 이웃을 도운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이득찬 부산진경찰서 행정관(54)이다. 

운명은 1992년 한 뇌병변 장애인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버스에서 거동이 불편했던 장애인을 도우면서 봉사의 ‘참된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이 행정관은 “작은 도움이었지만 환한 미소를 짓던 장애인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넉넉하지 못한 형편 탓에 처음에는 경제적인 지원보다는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봉사를 했다.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주었고 독거노인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되길 희망했다. 특히 뇌병변 장애인을 식당에서 차량까지 업어주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1994년 경찰공무원이 된 이 행정관은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봉사하는 1분, 1초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소년소녀가장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다. 그는 “저 역시 아버지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년소녀가장에게 든든한 아버지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몸으로 하는 봉사는 경제적인 지원으로 이어졌다. 월급을 쪼개 초기에는 한두 명의 아이를 돕기 시작했으나 그 수가 늘어나자 고민에 빠졌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공연 기획’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딪친 이 행정관은 가수 섭외와 무대장비 설치까지 모든 일을 직접 발로 뛰며 챙겼다. 티켓을 팔기 위해 지인들은 물론 모르는 사람에게도 부탁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노력으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이 음악회는 이어져 오고 있다. 오는 12월2일 사직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소년소녀가장돕기 작은음악회 16주년 걱정말아요 그대’가 열릴 예정이다. 부산진경찰서와 부산경찰청도 후원자라고 했다.

이득찬 행정관이 부산의 한 달동네에서 연탄봉사를 하고 있다. ⓒ이득찬 행정관 제공

“내 아이는 시장표, 소년가장들은 브랜드”

그러나 중간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2011년 예정된 음악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게 되면서다. 이 행정관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잠을 설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다행히 해결 방법을 찾아 무사히 음악회를 마쳤다. 토요일에 예정된 음악회를 일요일로 미루고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린 것이다. 그는 “많은 분이 그 뜻을 함께해 주었고 공연도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선행이 쌓여 2011년 부산시 모범선행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불우이웃·독거노인·조손가정·소년소년가장·장애우를 위해 수백여 회의 봉사활동을 했다. 2002년 모교 장학금 기부를 시작으로 경제적인 지원도 본격 시작했는데, 추산되는 금액만 1억여원에 이른다. 열띤 봉사의 배경에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자녀에게는 시장표 운동화를, 소년소녀가장에게는 주눅 들지 말라며 브랜드 운동화를 사줬다고 한다. 아내 박경숙씨(54)는 “행사 때마다 힘들다 하면서 또 때가 되면 힘차게 준비하는 것을 보면 봉사는 남편의 운명 같다”고 했다. 이 행정관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직장일을 끝내고 이들의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행복하다”면서 “내가 숨을 쉬고 있는 한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우가 행복한 그날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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