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론] 네타냐후의 뻔뻔한 얼굴
  • 최영미 작가·이미출판사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8 08:05
  • 호수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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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지도자 중 두 사람만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면, 정말로 그럴 의지가 있다면 중동에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믿는 내가 순진한가. 언제까지 저 끔찍한 폭격 소리와 비명을 들어야 하나.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도시가 화염에 휩싸이고 건물들이 무너져 잿더미로 변해야 이스라엘의 폭격이 멈출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피와 눈물을 보아야 유대인들의 복수심은 만족할 것인가.

저녁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가자의 병원이 폭격당해 문을 닫았다는 소식. 휴전은 없다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뻔뻔한 얼굴을 보기 싫다. 네타냐후를 싫어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이던가, 정상회담이 열리던 중에 사석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그는 거짓말쟁이야”라고 사르코지가 말하자 오바마는 이렇게 응수했다. “너는 그(네타냐후 총리)에게 질렸지. 나는 어떨 것 같아? 난 그를 매일 상대해야 해.” 말도 섞기 싫은 이스라엘 지도자를 중동 평화를 위해 자주 마주해야 하는 피곤함을 표현한 두 정상의 생생한 대화가 (마이크에 녹음되어) 서방 언론에 보도되어 오바마와 사르코지 대통령이 난처한 지경에 빠진 적이 있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

내가 열광했던 오바마, 하늘에서 떨어진 종합선물세트처럼 어디 하나 모자란 구석 없이 그토록 멋지고 뛰어난 지식인이자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대통령이었던 그가 세계 평화를 위해 그다지 기여한 바 없다는 사실이 기이하다. 오바마가 네타냐후와 더 많은 대화를 했다면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을까? 그는 김정일을 싫어했고 만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훌륭한 인간이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오바마는 중동에서, 가자와 이스라엘 문제를 다루며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척이라도 했다. 2023년 10월 가자-이스라엘 전쟁 초기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에 섰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인질들을 납치한 직후 예루살렘을 방문해 네타냐후를 만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연설을 방송으로 들으며 나는 경악했다. 블링컨은 “당신들은(이스라엘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미국이 존재하는 동안 당신들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친구임을 강조하며 블링컨 국무장관은 자신이 유대인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의 먼 친척이 나치의 수용소에 수감됐었다는데, 이스라엘이 지금 가자에 하는 짓은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범죄보다 더한 인종학살이다. 독일의 나치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길어야 7년 남짓 유대인을 박해하고 죽였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70년 넘게 팔레스타인들을 핍박했다. 국제조약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가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고, 수많은 팔레스타인이 자신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죽임을 당했다.

예수와 마호메트가 태어나 묻힌 곳에서/ 예언자들이 평화를 설교했던 성지에서/ 왜 매일 총질이 끊이지 않는가/ 예언자들이 틀렸거나, 당신들이 틀린 거야./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고/ 배아를 복제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인류의 자기 파괴를 막지 못하나-최영미 “글로벌 뉴스”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에서

2009년에 발표한 시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자의 어린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스라엘, 용서할 수 없어요. 중동에 평화를! #peace in #Gaza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br>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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