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까, 현실일까…민주당이 그리는 ‘윤석열 탄핵’ 시나리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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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5개월 앞, 민주당 원내‧원외 “反尹연대로 탄핵” 거론
與 반발 시 ‘탄핵 현실화’ 불가능…‘조기 레임덕’이 변수 분석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6년, 여의도에 다시금 ‘대통령 탄핵’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당장은 당내 소수 강경파가 탄핵론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다만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반윤(反尹)연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 비윤(非尹)계 인사들이 ‘반윤 연대’에 몸을 실을 경우 ‘탄핵론’이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씨”…총선 앞 거칠어진 野 구호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폭풍전야’다. 공천을 노리는 현역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 총선 승리를 외치는 여야 지도부가 뒤엉켜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탓에 오고 가는 비판의 수위가 한층 세졌다.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되는 모습이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김용민 의원, 최강욱 전 의원과 함께 북 콘서트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진행자가 ‘검찰 독재를 극복할 수 있는 과제’에 대해 묻자 “대통령 탄핵 발의를 해놔야 ‘반윤 연대’가 명확하게 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권 비윤계 인사들도 탄핵에 동참할 것이라 전망했다. 김 의원은 “반윤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동을 민주당이 먼저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 행동이 선거 연합도 있지만 ‘윤석열 탄핵 발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면 동의할 사람들이 많다”며 “검사 탄핵안을 발의했을 때 국민의힘에서도 이탈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 의원도 “굉장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동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탄핵안은 발의할 때 국회의원 100명이 있으면 되는데 대통령 탄핵은 150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며 “일단 탄핵안을 발의해놓고 반윤 연대, 검찰 독재 종식을 위한 정치 연대를 꾸려 선거 연합으로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이런 제안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외 인사들도 탄핵 주장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씨가 김건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는 국민과 야당은 물론 여당에 의해서도 거부당할 것”이라며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살아있는 권력인 배우자 김건희씨로부터 거부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거부를 더 두려워할까? 정권의 파탄과 가정의 파탄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박성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최근 SNS와 지하철 시위를 통해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며 “양평고속도로 특검하면 윤석열 정권 탄핵도 가능하다. 민주당 청원순위 1위다. 적극적 동참으로 윤 정권 탄핵 현실화에 힘을 보태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범죄검사대응 TF 전체회의에서 김용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범죄검사대응 TF 전체회의에서 김용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의 변수, 윤 대통령 지지율?

일각에선 민주당이 총선을 의식, 이른바 ‘집토끼’(전통 지지층)를 규합하기 위해 정치 구도를 ‘반윤 對 친윤’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영 내부의 계파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현실성 없는 구호를 앞세워 의미없는 ‘정쟁’을 유발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소추는 정치보복식, 화풀이식으로 일단 내지르고 보는 정쟁 수단이 아니다”라며 “(탄핵소추 남발은) 위헌정당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는 현 시점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가 있을 때 발의된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전체 298명 중 168명)만으로 탄핵안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단독으로 탄핵 의결은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 추이에 따라 총선 전후 ‘탄핵론’에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만약 이 지지율이 10~20%대로 급락할 경우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이 약화, 대통령의 ‘탄핵 저지선’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여권 한 인사는 “당을 떠나 대통령 탄핵이 언급되는 건 국가의 불행”이라면서도 “민심에 ‘빅 웨이브’(큰 파도)가 발생하면 당심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직 (이런 변화는)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탄핵 여론이 급증한다면 여당 내 계파는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30%대로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10월 4주부터 최근 4주 연속으로 30% 중반대(35.7%→36.8%→34.7%→35.6%)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개입 의혹으로 탄핵당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3주차 지지율은 25%였다.

인용한 여론조사는 20일 발표된 결과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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