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겨눈 檢…‘탄핵 기로’ 이정섭 수사 판 키울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1 13: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검사 의혹 강제수사 착수 및 이재명 수사지휘 배제
與 “검찰, 엄정 대응 증명” vs 野 “검사 탄핵 피하려 꼼수”
11월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30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30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이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제 식구'를 향해 칼을 겨눴다. 이정섭 검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에서도 그를 배제했다. 야당은 검사 탄핵소추안 재발의를 앞두고 검찰이 '쇼'를 벌이고 있다며 '유검무죄'가 재현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2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전날 용인CC 골프장과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는 등 이 검사를 둘러싼 비위 의혹 확인 절차에 돌입했다. 

동시에 대검찰청은 수원지검 2차장으로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지휘하던 이 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검찰 '명운'이 걸린 이 대표 수사에서 지휘라인 한 축을 전격 배제한 것은 그만큼 검찰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검사에 대한 야당 고발에 이어 탄핵안 재발의가 예고된 데다, 비위 관련 구체적 정황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후속 조치를 미룰 수 없다는 검찰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 비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사도 사람"이라며 일방적 주장에 따른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타인을 단죄하는 검찰은 작은 허물도 돌아봐야 한다"며 자정 노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검찰은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물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직무 관련성 여부를 확인한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길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김의겸, 전용기 의원이 11월10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정섭 검사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김의겸, 전용기 의원이 11월10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정섭 검사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쏟아진 의혹, 약한 고리로 변죽만?

다만 이 검사에 제기된 의혹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로 강제수사에 착수, 변죽만 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도 의혹을 규명할 주요 단서인 이 검사의 휴대폰 등은 압수하지 않아 검찰 수사 의지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가 용인CC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 A씨의 부탁을 받고 골프장 직원과 가사도우미 등의 범죄 이력을 불법 조회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검사가 선후배 검사들에게 골프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도록 예약해주고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검사가 2020년 12월24일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어기고 가족·지인과 모임을 가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해당 자리는 이 검사가 수사했던 한 기업의 B 부회장이 마련했고, 비용 부담은 물론 각종 시설 이용 관련 특혜가 제공된 정황이 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이 같은 비위 정황을 김 의원 측에 제보한 A씨 부인이 자신의 남편 마약(대마 흡입)·폭행 혐의 수사에 이 차장검사가 개입했다는 주장도 내놓은 상태여서 의혹은 확산 일로다. 

이 검사의 처남댁인 강미정씨는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위 의혹을 뒷받침 하는 주장을 내놨다. 강씨는 B 부회장과 자신을 비롯한 집안 사람들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리조트 숙박·이용 때마다 이 검사 측에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했다. 'B 부회장은 우연히 들른 것'이라는 이 검사 해명에 대해 강씨는 "(B 부회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우연히 들를 수 있는 장소도 아니었다"며 일축했다. 

강씨는 또 올해 2월6일 남편 A씨의 마약 및 폭행 행위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여러 전화를 받은 후 결국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A씨에게 간이 시약검사 거부 등 법률적 조언을 제공한 인물이 이 검사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A씨에 대해 직접 고소·고발을 진행했지만 6차례에 걸쳐 담당 수사관이 바뀌는 등 마약 혐의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고, 이해되지 않는 수사 과정에 이 검사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강씨 입장이다. 

현재까지 이 검사는 딸의 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을 뺀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연합뉴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연합뉴스

與 "엄정 대응 보여준 것" vs 野 "탄핵 피하려 꼼수" 

'제 식구'를 겨냥한 검찰 강제수사에 정치권 해석은 엇갈린다. 

검찰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 검사에 대한 강제수사 및 인사 조치에 대해 "검찰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정섭 차장이 빠지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건 다 알고 있다"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국민들한테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한다는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앞두고 선제적 방어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진행자 질의에 유 의원은 "범죄 혐의자가 검사를 상대로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 이거야말로 의회 권력의 극한 남용"이라며 "한국 헌정사에서 부끄러운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검사를 고발한 민주당은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 재추진에도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수사 쇼'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은 이 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검찰이 유독 제 식구에게만 약하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떨쳐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사 탄핵안에 편향된 발언을 쏟아내고 단 한 번도 검찰 내부 구성원을 엄정한 기준으로 수사·감찰하지 않은 검찰을 믿을 사람은 없다"며 "국민들은 오히려 검찰이 탄핵을 피하고자 (강제수사 착수와 인사 조치로) 꼼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검찰은 손을 떼고 국회의 탄핵과 공수처 수사에 맡기라"고 일갈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