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한파’에도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계속된다
  • 김경수 기자 (2k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2:00
  • 호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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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여건에도 500대 기업 사회공헌 지출액 12% 증가
올해 주요 기업 사회공헌 키워드는 ‘RE:10’

‘사업보국’ 정신으로 삼성을 설립한 고(故) 이병철 초대회장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중히 여겼다. 삼성이 많은 이윤을 창출할수록 ‘좋은 일자리’는 늘어났다. 삼성의 이윤이 오를 때마다 대한민국 경제도 동반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초대회장은 “수출과 고용, 소득을 늘려 이익을 많이 올린다. 기업 확장 재원을 마련하며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과거에는 기업의 최대 미덕이 ‘이윤 추구’였다. 돈만 잘 벌고, 주주들에게 배당만 잘하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가치소비’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어났다. 같은 돈이라도 의미 있는 곳에 쓰기를 원했다. 기업 환경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기업들에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공헌 개념이 확대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투자 지표가 됐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필수가 된 것이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사회공헌활동은 선택 아닌 필수

그래서일까.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올해 초 발간한 ‘2022 주요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조9251억원이다. 전년(2조6123억원) 대비 12% 증가했다. 기업당 평균 지출액은 133억원이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최근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특징을 ‘RE:10’이라고 설명했다. REform(비대면 전환), REcycle(자원순환·재활용), REspect(호국보훈·경로우대), REgion(지역사회 환원), RElief(소외·취약계층 지원), REmedy(치료·재활), REcover(재해·재난 피해복구), RElation(이해관계자), REward(후원·보상), REcreation(문화·체험) 등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LG그룹은 올해로 8년째 ‘LG 의인상’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뜻을 반영했다. 2015년 9월 첫 의인상을 도입한 후 현재까지 217명의 의인에게 상을 수여했다. 반응도 좋다. 다른 기업들과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쌍방울은 어떨까. 쌍방울의 총 누적 기부액은 210억원을 넘어섰다. 계열사별로는 △쌍방울(83억원) △비비안(37억원) △광림(9억원) △SBW생명과학(20억원) △디모아(8억원) △미래산업(7억원) △제이준코스메틱(8700만원) 등이다. 검찰 수사 등으로 기업의 존폐가 갈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후원과 보상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른바 ‘REward(후원·보상)’다.

‘RElief(소외·취약계층 지원)’를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효성그룹은 ‘나눔으로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 지원, 가족 나들이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활동도 한다. 대표적으로 ‘푸르메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 아동 재활치료, 장애 가족과 효성 임직원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여행, 장애인 무료 치과 치료 사업 등이다.

ⓒ효성그룹 제공
베트남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봉사단 ‘미소원정대’를 파견한 효성 ⓒ효성그룹 제공

미래세대 아이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이 있다. 한화그룹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다. 이 두 기업은 미래세대에게 깨끗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 자연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REcycle(자원순환·재활용)’에 주력한 한화는 2011년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화 태양의 숲’을 출범했다. 몽골 토진나르스 사막화 방지숲을 시작으로 중국 등 3개국에 총 9개 숲을 조성한 결과 사막화와 황사, 미세먼지 등과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

두나무는 ESG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나무’를 선택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 보호 및 산림 복원에 힘쓰기 위해서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 2026년까지 ‘생물다양성 보전 대체 불가능 토큰(NFT)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종자 보전 시설인 시드 볼트(Seed Vault)에 보관된 주요 식물 종자 이미지를 NFT로 제작해 업비트 NFT에서 발행하는 방식이다. 두나무는 올 상반기에 멸종 위기 식물 보호를 위해 판매대금 및 수수료 전액을 멸종 위기 식물보호기금으로 조성했다.

사회공헌활동 활발한 금융권 역할 주목

미래사회의 주역들을 위한 교육활동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교육계에는 비대면 수업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교육과 기술이 결합한 ‘에듀테크’ 바람이 거세졌다. ‘구몬’과 ‘빨간펜’으로 잘 알려진 교원그룹은 ‘REform(비대면 전환)’을 통해 아이들 교육에 힘쓴다. 특히 교원은 도농 간 교육 격차 해소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아동 누구나 동등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강원도 태백, 충남 천안 등 5곳에서 에듀테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원그룹·효성그룹 제공
교원은 아동 누구나 동등한 교육 환경에서 에듀테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강원도 태백, 충남 천안 등 5곳에서 에듀테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원그룹

기업에 이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들도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무인·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주문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무인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인 시니어들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자 신한은행이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해소에 나섰다. ‘REspect(호국보훈·경로우대)’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고객중심 영업점’을 운영하고, 이들의 편의성을 증대하고자 큰 글씨와 쉬운 말로 구성된 ‘큰 글씨 ATM’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는 매월 25일 서울·수도권 소재 복지관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연금 수령 등 연금 관련 업무 △입출금통장 신규 및 재발행 △카드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REgion(지역사회 환원)’을 대표하는 NH농협은행은 ‘초록사다리 신용지원 사업’을 통해 금융권 최초로 농어촌 학자금대출 장기연체자를 대상으로 신용회복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농어촌 학자금대출 장기연체자에게 잔여 채무액(1인당 최대 200만원 한도)을 지원함으로써, 농촌 지역 청년들의 안정적인 사회 진출과 경제적 재기를 돕는 사업이다.

사업의 지원 대상은 만 39세 이하 농어촌 학자금대출 장기연체자이며 지원 방법은 대상자를 세분하여 성실상환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형, 청년 소액연체자의 전액 상환형, 대출 총액이 많은 경우 상환 의지 평가형으로 나눠 지원한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농업인, 중소기업, 지역사회와 동고동락하며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외면하지 않는 고객중심의 따뜻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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