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式 인적 쇄신 ‘천천히, 과감하게’…LG그룹, 세대교체 본격화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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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부회장 용퇴 신호탄으로 부회장단 개편 마무리?
부품 계열사 3곳 대표 교체…1970년대생 임원 전진 배치

44년 ‘LG맨’ 권영수 엘지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LG를 떠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안정’ 기조의 인사 전망에서 벗어난 결정이다. 권 부회장의 용퇴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부회장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년에 걸친 세대교체다.

‘교체’ 바람은 LG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에서 새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더 젊은 경영진, 임원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지난 7일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 하고 있다. ⓒ연합뉴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지난 7일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걸쳐 ‘6인 부회장단’→2인으로 축소 개편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LG디스플레이 이사회는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LG이노텍은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정철동 사장의 후임으로 문혁수 부사장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이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한 데 이은 연이어 대표이사 교체다. 이로써 LG그룹의 핵심 사업인 부품 부문의 주요 계열사의 얼굴이 대거 바뀌었다.

정철동 신임 LG디스플레이 대표는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구원 투수로 나선 가운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와 문혁수 LG이노텍 신임 대표는 각각 1969년, 1970년생으로 리더십의 연령이 전임 대표보다 한층 젊어졌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전날 이미 예고됐다. 지난 22일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의 지속 성장 및 미래 준비를 위해 출범 이후 회사를 이끌어왔던 권영수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권 부회장은 “내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래에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발 빠른 실행력을 갖춘 젊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44년 LG맨’의 퇴장이었다.

권 부회장이 LG를 떠나면서 2018년 구 회장 취임 당시 6인 체제였던 부회장단은 이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명만 남게 됐다. 권 부회장은 2014년 ㈜LG 시너지팀장(전무)을 맡던 시기에 구광모 회장이 같은 팀 부장으로 근무하며 호흡을 맞춘 적 있다.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 당시 영입한 외부 인재다. 권 부회장은 이날 ㈜LG 2024년도 임원 인사에서 유임됐고, 신 부회장 역시 전날 이뤄진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결국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구성된 부회장 2인만이 부회장단을 구성하게 된 셈이다.

부회장단의 축소 개편이란 변화는 5년이란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실제로 구 회장이 취임한 후 곧바로 실시된 2019 임원 인사에선 부회장단 6인 중 5인이 유임됐다. 당시 부회장단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해마다 1~2명씩 사임과 퇴임의 형식으로 그룹을 떠났다. 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소폭의 교체를 통해 조직의 동요 없이 차분하게 부회장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용퇴를 결정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LG 제공
용퇴를 결정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LG 제공

승진 임원급 대부분 1970년대생…부회장 추가 발탁?

임원급 세대교체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방수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와 김명환 최고생산·구매책임자(CPO)도 권영수 부회장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물러난 3명 모두 1950년대생이다.

이번에 LG이노텍에서 승진한 7명의 임원 중 1970년대생은 6명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신임 CEO로 선임된 정철동 사장(1961년), 김성현 최고재무책임자(1967년)를 제외하면 모두 1970년대생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관심은 오는 24일 단행될 LG전자의 임원인사다.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둔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부회장 승진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사장 승진이 2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2인 부회장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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