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짜인 각본? 김기현과 인요한 운명의 일주일
  • 구민주·변문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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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與 지도부‧친윤에 “일주일 주겠다” 승부수…물밑 논의 주장도
金 사퇴설‧험지 후 대표직 유지설 등 분분…“용산 구상 매일 바뀌고 있을 듯”
“혁신위는 시간끌기용” 발언 논란…“혁신위 사실상 해체 상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출범 한 달을 맞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운명의 일주일 앞에 놓였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일주일 기다리겠다”며 당 지도부와 당내 친(親)윤석열계의 용퇴에 대한 공개 압박을 가하면서다. 이들을 향한 ‘최후통첩’이란 분석과 함께, 이미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 무의미한 밀당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런 가운데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란 혁신위 내부 발언이 공개되면서 지도부와 혁신위의 거취를 둘러싼 더욱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인요한 위원장은 전날(23일) 지도부·친윤·중진 의원들을 향해 혁신위가 20일 전 권고한 불출마·험지출마에 대해 일주일 내 응답해줄 것을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응답이 없을 경우 권고안을 최고위원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며 공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인 위원장이 지도부를 압박하며 비대위 전환 등을 전격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당내 친윤 의원들이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는 지도부 체제를 오히려 공고히 다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김 대표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최고위원직에 자신과 가까운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을 선출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당헌‧당규상 비대위로 전환할 수 없는 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김 대표가 최근 김두겸 울산시장과 울산 지역구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현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에 그대로 출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에 김 대표도 “울산 발전을 위한 여러 논의 과정에서 그러한 건의가 있어 숙고하겠다는 말씀 드렸다”고 밝히며 혁신위 요구에 반해 지역구 사수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9월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9월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金 혁신안 거부? 대표직만 유지? 사퇴? 분분

다만 일각에선 김 대표가 혁신위의 요구에 따라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택하는 동시에 당 대표직은 유지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김 대표로선 윤심을 업은 혁신위의 요구를 그냥 묵살하긴 부담일 것”이라며 “실제 인요한 혁신위와 적당히 ‘싸우는 척’하며 이미 이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고 타이밍을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윤심도 당의 혼란을 일으킬 김기현 체제 전복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각종 변수들로 시나리오가 매일 같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내일 윤심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혁신위가 김기현 대표 측과 논의 후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지금 와서 ‘이제 드러누울 수도 있다’라고 하는 걸 보니, 아마 지리한 협상 끝에 일정이 확정됐나 보다”라며 “일주일 안에 답을 달라고 했으면 (김 대표가) 일주일 안에 사퇴하기로 했다(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날 혁신위원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일주일 내로 다 사퇴시킨다’는 시나리오가 공유가 안 되다 보니까 외부 위원들 같은 경우에는 ‘이거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일주일 얘기했으니까 일주일 내로 정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전날 혁신위원 3명은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김경진 혁신위원이 ‘외부에서 온 위원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우리(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잘 유지하고 연착륙시키기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이다’ ‘이미 (결론이) 다 정해져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미 혁신위는 실패…지도부에도 영향 불가피”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혁신위의 ‘본심’이 어떠하든, 이러한 상황들이 지도부와 혁신위에 모두 부담이 되는 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선 혁신위가 실질적인 혁신과 ‘통합’에 실패하고 당내 ‘분란’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혁신위가 이렇게 와해되거나 틀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 ‘실패한 혁신위’가 되고 있다. ‘시간끌기용’이라는 발언 자체가 이미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용산의 의중에 따라 초반에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제 김기현 대표가 어떤 결단을 해도 떠밀리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혁신 스텝이 꼬여버린 셈”이라며 “이러한 혁신위의 실패는 혁신위를 출범시킨 현 지도부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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