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줄 게 없다는 자괴감”…法, 배우자 간병살해 60대에 ‘징역 5년’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11.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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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희귀병으로 거동 어렵던 피해자…극심한 공포 느꼈을 것”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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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투병중인 사실혼 관계 배우자를 수 년간 간병하다 끝내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1부(반정모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62)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A씨는 지난 7월2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거처에서 30년 이상 사실혼 관계였던 70대 여성 B씨를 목졸라 살해했다.

A씨는 2020년 초 B씨가 치료제가 없는 희귀병을 진단받은 후부터 간병해 왔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하루 3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간병에 썼고, 이 과정에서 직장까지 그만둬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 의사를 밝힌 A씨는 “간병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고 막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의 변호인은 그가 범행 당시 간병 생활로 인한 수면부족, 스트레스, 분노, 우울증 등 심신장애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유족 또한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나 수단, 방법, 범행 전후 피고인(A씨)의 행동,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당시 극심한 공포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사건 당시까지 피고인의 간병을 받았고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주거지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범행은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는 지난 재판에서 “집사람이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이 들었고, 용서받지 못할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어졌다”면서도 “하지만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중형이 내려져도 형의 감경을 위해 항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시 한 번 집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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