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두고 주도권 싸움 격화…“‘귀국’ 尹 최종 결단 따라 승부날 것”
내년 총선 전 용퇴 여부를 둘러싸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알력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혁신위가 오는 30일 당 지도부와 친윤‧중진들의 희생 권고안을 정식 의결하겠다며 ‘최후통첩’한 가운데, 김 대표는 연일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이 ‘윤심’이 서로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 누구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 간 신경전은 주말 사이 극에 달했다. 25일 인 위원장은 최근 총선에서 험지 출마 의지를 드러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 위원장은 “큰 틀에서 희생이 있으면 반드시 표로 오지 않겠느냐”며 원 장관을 치켜세웠다. 김 대표를 비롯해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침묵하고 있는 당 주류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김 대표는 혁신위로부터 ‘용퇴’ 요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지역구 울산 남구를 찾아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그는 지역 주민과 지지자들 앞에서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내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며 혁신위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기존 지역구에 재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 이야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프리토킹을 한다”며 “어떤 때는 하루에 3, 4번씩 전화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자신에게 향해 있으며 따라서 현 지도부도 굳건하니 인요한 혁신위는 더 이상 자신의 입지를 흔들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印 윤심 팔이’ 비난해 온 金, 尹 친분 과시
그동안 김 대표는 당내 이른바 ‘윤심 팔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거침없이 일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주장한 인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지적한 바 있다. 인 위원장이 계속해서 은연중에 윤심이 뒤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자 작심 경고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김 대표의 ‘윤심 마케팅’을 두고 더욱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 “나는 윤심 팔아 당 대표 되고 지금도 윤심 팔아 당대표직 유지하고 있지만, 나만 윤심 팔아야지 너희들은 윤심 팔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당 대표 가지고 총선이 되겠나. 갈수록 태산”이라고 김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의 꾸준한 희생 요구에 함구하며, 지난 23일 최고위원직 공석에 자신의 측근 김석기 의원을 임명해 체제를 강화했다. 이에 맞서 같은 날 인 위원장은 “일주일 더 주겠다”며 김 대표 등 주류의 결단을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돌아온 尹, 누구 손 들어줄까…‘당무 개입’ 논란 여지도
이들의 팽팽한 신경전은 결국 조만간 전달될 ‘진짜 윤심’에 따라 승부가 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연이은 해외 순방 후 사실상 열흘 만에 국정에 복귀한 만큼, 곧 대통령의 총선 구상이 나올 것이란 얘기다.
당 일각에선 그동안 대통령이 ‘부재중’이었던 탓에 윤심이 당에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사실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용산의 구상이 계속해서 바뀌어 온 것으로 들었다”며 “그 영향으로 당내에서도 지금과 같은 정리가 안 되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머잖아 김기현 지도부를 언제 어떻게 할지, 혁신위 권고안에 힘이 얼마나 실릴지 등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러한 여당 분위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은 오간데 없고 윤심 경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당 당대표와 혁신위원장이라는 사람들이 오로지 윤 대통령 한 사람만 바라보며 충성 경쟁을 하는 것이냐”며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 제발 정신 차리고 민심을 살펴보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내에선 국민의힘 상황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