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받지도 못할 국민연금, 왜 내야 하나” 청년들 의문에 책임자 답하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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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이끄는 김용하·석재은 교수, 청년재단 토론회 참석
청년 40여 명과 열띤 토의…“수렴한 의견 정부·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반영”

“국민연금을 열심히 납입하다가 내가 받게 될 시점이 됐는데, 국가에서 ‘기금이 고갈돼 줄 수 없다’고 해버리면 어떻게 할 건가.” 

청년재단이 최근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중 상당수는 국민연금을 낸 만큼 수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중 일부는 제대로 받지도 못할 국민연금에 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과 불안감이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11월21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청년라운지에서 ‘국민연금, 청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엔 국민연금 제도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지닌 청년 40여 명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함께 자리했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국민연금 개혁의 최고 권위자이자 책임자다. 석 교수도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 중 한 명이다.

11월21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청년라운지에서 ‘국민연금, 청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 청년 40여 명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무대 왼쪽),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함께 자리했다. ⓒ청년재단 제공
11월21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청년라운지에서 ‘국민연금, 청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 청년 40여 명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무대 왼쪽),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함께 자리했다. ⓒ청년재단 제공

 

참석 청년 대부분 “국민연금 제대로 못 받을 듯”

청년들은 우선 5개 그룹으로 나뉘어 ▲국민연금을 현행 의무가입에서 개별 선택가입으로 바꿔야 하나 ▲청년세대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나(받는다면 낸 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국민연금 제도 개혁 시 수급 나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국민연금 제도의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주요 쟁점을 토의 테이블에 올렸다. 

역시 최대 쟁점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였다. 국민연금 기금고갈에 관한 청년세대의 불안과 불만은 매우 심각하다. 일각에선 ‘1990년대생은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1990년생(현재 33세)이 국민연금 수령 나이인 65세가 되는 2055년도가 기금고갈 시점으로 예상되어서다. 

토의에서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놓고 “불확실하다” “적어도 낸 만큼은 못 받을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그룹은 “납입하다가 내가 받게 될 시점에 정부에서 ‘기금이 고갈되어 줄 수 없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돈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받겠나”라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소수의 생산 연령이 다수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은 청년세대를 더욱 옥죈다. 이는 국민연금의 의무가입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무가입 폐지를 주장한 그룹은 “과거와 비교해 생애주기가 길어지고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한 만큼 개개인이 국민연금을 선택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가입 폐지론을 편 또다른 그룹은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아지는 ‘마이너스’ 상황을 다 같이 목도할 바에야 가입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할 수 있게끔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무가입 폐지론에 전문가들 “청년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제도” 

반면 나머지 세 그룹은 국민연금 의무가입만큼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중 두 그룹은 공통적으로 청년세대의 암울한 미래를 언급했다. 현재 청년층 상당수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 내서 투자)족 혹은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대출도 받기 어려운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로 불린다. 이들에게 노후 자금 준비는 언감생심이다. 실업률이 늘고 혼인율·출산율은 떨어지는 등 청년세대에 관한 데이터는 더욱더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게 한다. 이들이 60대 이상이 되었을 때 노인 빈곤 문제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적연금이 ‘최후의 보루’가 되어줘야 한다는 게 두 그룹의 생각이다. 

토의가 끝나고 김용하 교수와 석재은 교수가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납부한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등 오엑스(OX) 퀴즈의 정답을 공개하며 자연스레 청년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예정된 행사 종료 시각을 40여 분 초과하기에 이르렀다.

11월21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청년라운지에서 ‘국민연금, 청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 청년 40여 명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무대 왼쪽),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함께 자리했다. ⓒ청년재단 제공
11월21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청년라운지에서 ‘국민연금, 청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 청년 40여 명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무대 왼쪽),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함께 자리했다. ⓒ청년재단 제공

김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이 남아있어야지만 연금 지급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세대 간 약속이고 제도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기에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미 적립기금이 소진됐으나 연금을 잘 지급하고 있는 선진국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 국민연금 제도는 수급자가 기대수명을 누린다고 가정할 때 납부한 원리금 합계의 2.45배를 받도록 설계됐다”며 ‘낸 만큼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그 어떤 세대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석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개개인이 각기 떨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가족 관계는 느슨해지는 사회 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런 초개인화 사회를 정면으로 맞게 된 청년세대에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공적연금은 꼭 필요하다. ‘국민연금만이 살길’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석 교수는 “국가가 국민연금을 통해 넉넉하게 노후보장을 해주진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부족분은 개인적으로 주택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기호에 맞게 보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국민연금 의무가입에 부정적인 청년들을 향해 “보험료 절반을 사용자(회사)가 내주고 민간 연금과 달리 물가 인상에 연동해 오르는 국민연금이란 좋은 제도를 스스로 ‘없어도 된다’고 하는 건 복을 걷어차는 행위”라며 “국민연금 제도 존폐가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개혁 반대 여론에 대해선 “국민연금 개혁은 중장년 세대가 아닌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인) 2055년 이후에도 연금을 받아야 할 청년들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청년세대가 ‘내가 받을 연금이니 내가 부담한다’는 합리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보험료율 올리는 2개 안 국회에 제출 

앞서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현행 9%에서 12%, 15%, 18% 상향 3개 안), 수급 개시 나이(현행 63세 유지와 68세 연장 2개 안), 기금운용 수익률(현행 유지, 0.5%포인트 상향, 1%포인트 상향 3개 안) 등 18개 안에 더해 소득대체율(현행 42.5%)을 상향하는 방안 등 24가지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논의를 국회로 넘겼다. 이어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기금 소진 예상 시점 현행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 연장), 보험료율 15%와 소득대체율 40%(기금 소진 예상 시점 2071년으로 16년 연장)의 2개 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두 위원회 모두의 활동을 진두지휘한 김용하 교수는 자신을 위시한 정부 주장에 대한 청년들의 반론을 진지하게 청취하며 “정부와 국회가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청년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려 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여러분이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솔직한 그의 고백에 청년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토론회를 기획한 청년재단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전망에 따라 청년들 불안이 가시화하고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오늘 행사가 청년들의 궁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더 나아가 이들의 목소리를 국민연금 개혁에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기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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