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파도 크다”며 찰칵…지진해일 경고에도 여전한 ‘안전 불감증’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2 16: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지자체 총력전에도 ‘해안가 접근 제한’ 경고 무시
지진해일 가공할 위력, 파도 낮아도 안심 못해…“주의해야”
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해변에 너울로 높은 물결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1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 북쪽 해역 강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이 동해안에서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해변에 너울로 높은 물결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1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 북쪽 해역 강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이 동해안에서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새해 첫날 일본을 강타한 규모 7.6 강지진 영향으로 한국 동해안 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진해일 우려 재난문자를 수 차례 발송하며 거듭 경고했지만, ‘인증샷’ 등을 이유로 해안가에 접근하는 일부 시민들은 여전한 ‘안전 불감증’을 드러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북쪽 해역 강진 여파로 인한 지진해일로 동해안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지면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등은 전날 오후부터 비상 대책반을 꾸리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지진해일이 24시간 넘게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1일 오후부터 강원도와 경북 포항 등 주요 관광지와 해변을 중심으로 경찰과 소방 인력이 급파돼 주변을 통제했다.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해돋이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탓에 정부와 지자체는 인파 해산과 접근 통제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였다.      

강원도는 전날 오후 강진으로 인한 지진해일 피해가 우려된다며 동해안 6개 시·군에 “해안가에 오지 말라”는 긴급재난 문자를 보냈다.

행안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도 비상대응반을 꾸려 범정부 차원 대응에 돌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은 기상청 등에서 별도 안내가 있기 전까지는 절대 해안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긴장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시민들의 ‘위험한 일탈’은 계속 됐다.

강원 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한 가족이) 해안가 접근 금지 관리하는 분들을 피해 애기 데리고 파도 근처까지 간 걸 봤다“며 “폭죽놀이하고 삼삼오오 뛰어다닌 사람도 있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사고라도 나면 지자체에 책임 물을 거면서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거세진 파도 모습을 찍기 위해 차량을 타고 해안도로에 접근하거나 바닷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이라며 질타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가벼운 마음으로 장난치다가 혹여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구조자들도 위험해진다”며 “엄중처벌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지난해 8월 태풍 ‘카눈’ 때 안전요원의 통제를 무시하고 부산 마린시티 방파제에서 위험천만한 유튜브 생중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태풍 빌런’ 유튜버가 연상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1일 오후 일본 도야마현 북쪽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닥쳐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 앞바다가 통제되고 있다. ⓒ 연합뉴스
1일 오후 일본 도야마현 북쪽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닥쳐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 앞바다가 통제되고 있다. ⓒ 연합뉴스

30cm 해일 닥치면 걷기 불가능하고 1m면 ‘초토화’

정부는 지진해일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며 거듭 해안가 접근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진해일은 사람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고 힘이 매우 강력해 ‘사전 대피’가 중요하다. 약 30cm의 해일 파고가 닥치면 성인이 걷기 어려워지고, 1m 정도면 건물이 파괴될 수 있다. 사실상 인근 육지를 초토화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해안가의 지진해일은 쓸려나갈 때 속도가 밀려올 때 속도보다 더 빠른 경우가 많아 파도 높이가 낮아도 안심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지진해일은 수심 5000m인 곳에서 여객기와 비슷한 시속 약 700㎞에 이른다.

기상청은 “3일 오전까지 동해안에는 너울에 의한 높은 물결이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으니 해안가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2일 오전)도 10cm 미만의 지진해일이 동해안으로 밀려오고 있다.

기상청은 동해안에 도달한 지진해일 높이가 0.2~0.3m로 주의보 발령기준(0.5m)에는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수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해수면 높이까지 반영하면 현 수치보다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기상청이 현재까지 관측한 가장 높은 파고는 강원 묵호에서 1일 오후 8시35분 관측된 0.85m다. 지진해일 높이가 0.5m가 넘으면 해안 저지대가 침수될 수 있어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