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커버린 ‘중국 전기차’, 뒤늦게 길 막는 미국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6 10: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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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부동의 1위 테슬라 가볍게 제쳐
日 “중국, 자동차 세계 수출 1위 확실” 

새해 첫날인 1월1일 중국 전기자동차 선두주자인 비야디(BYD)가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 2023년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등 모든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302만4417대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전년보다 판매량이 62.3%나 증가하며 당초 목표로 삼았던 300만 대를 초과했다. BYD는 2018년 24만 대, 2019년 22만 대, 2020년 18만 대에 불과했으나, 2021년 60만 대로 급증하더니 2022년 186만 대로 폭풍 성장했다.

BYD는 오직 신에너지차만 생산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중국 자동차 업체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랭킹 10위권에 진입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BYD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의 테슬라를 제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52만6409대로, 48만3000여 대에 그친 테슬라를 넘어선 것이다. 전기차만 분기당 50만 대 이상 판매한 업체는 BYD가 사상 최초다. 이 같은 결과는 BYD가 명실공히 세계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2023년 9월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IAA)에서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의 부스 앞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있다. ⓒAFP 연합

워런 버핏도 신뢰한 中 BYD의 기술력

이러한 BYD의 성과에 대해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BYD는 태생부터 오로지 전기차에 승부를 걸고 2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며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기 때문이다. 1995년 광둥성 선전에 설립된 BYD는 본래 휴대폰용 리튬배터리를 개발해 일본 업체에 납품했다. 하지만 창업자인 왕촨푸는 2003년 산시성 시안에서 매물로 나온 자동차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BYD 자동차의 미래 비전은 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라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자사의 모든 역량을 전기차에 쏟아붓는 자동차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물론 BYD도 일정 기간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다가 2008년 첫 전기차를 선보였다. 2010년에는 첫 대량생산 모델이자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e6를 출시했다. e6는 준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수만 대의 판매실적을 거두었다. 또한 중국과 해외에 적지 않은 양이 택시로 보급되었다. 이런 BYD의 잠재력을 진즉에 주목했던 투자자가 있었으니, 바로 워런 버핏이었다.

워런 버핏은 e6가 출시되기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체 지분의 25%까지 매입했다. 그만큼 BYD의 기술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BYD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BYD는 NCM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모두 개발했다. NCM 배터리는 고밀도로 설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고출력에 적합해 주행거리가 길다. 그러나 희귀광물 사용 비중이 커 가격이 비싸고 수명은 상대적으로 짧다. 이에 반해 LFP 배터리는 가격은 저렴하고 수명이 길며 제작하기도 쉽다.

무겁고 고출력을 내지 못해 주행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었지만, 중국 입장에선 큰 문제가 안 됐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은 LFP 배터리를 채택해 지난 10년 동안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열성을 다했다. 그 최대 수혜자는 BYD와 닝더(CATL)였다. CATL은 모든 배터리의 기술 발전을 선도해 중국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 변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까지 줄곧 세계 1위를 차지했던 LG에너지솔루션을 밀어내고 CATL이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선두에 올라섰다.

배터리 전문생산업체인 CATL과 달리 BYD는 배터리 자체 공급과 차량 제조를 수직적으로 통합한 시스템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 그래서인지 BYD는 매출액 대비 매출 총이익률이 높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BYD는 104억1300만 위안(약 1조90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22.1%의 총이익률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에 테슬라의 총이익률은 17.9%에 그쳤다. 이처럼 BYD와 CATL로 대표되는 전기차 및 관련 산업의 경쟁력 덕분에 중국 전체 자동차의 대외 수출도 극적인 모멘텀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크라 전쟁으로 러시아 수출 독점한 덕도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441만 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한 수치다. 그중 신에너지차 수출 증가율은 더욱 높아 77%에 달했다. 반면 일본은 15% 늘어난 399만 대에 그쳤다. 지난해 12월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3년 일본 자동차 수출이 430만 대에 머물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의 세계 수출 1위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연간 자동차 수출 대수에서 정상을 내주는 것은 2016년 독일이 1위를 차지한 이래 처음이다.

이처럼 중국 자동차 산업이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기차 수출 급증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위시한 유럽과 개발도상국 진출 확대가 큰 몫을 차지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지난해 1~11월 중국 자동차의 러시아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의 8배인 99만 대로 폭증했다. 따라서 중국은 러시아 전체 신차 판매량 중 50%를 차지했다. 수출한 모델도 다양해 100종에 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일본·유럽 등이 철수해 비어있는 시장을 중국이 점령한 것이다.

러시아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은 이미 20여 국에서 전기차 수출 1위를 차지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태국과 멕시코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중국은 태국에 생산공장과 연구센터를 지어 향후 동남아 전역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삼을 태세다. 미국 턱밑에 있는 멕시코에서는 중국 자동차가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게다가 판매 차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사실 2023년 들어 중국 중앙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전기차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100여 개에 달했던 전기차 업체 중 적지 않은 기업이 도산했다. 그러나 이는 예정된 정책 변화로, 오히려 전기차 산업의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 됐다. 2022년까지 중국 당국은 성장을 위해 엄청난 투자금과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옥석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립한 업체들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0~15개만 살려둘 복안마저 세워두고 있다. 이런 현실에 중국의 경쟁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미국과 유럽이 받는 압박은 더욱 크다.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중국과 한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이를 겨냥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12월1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기업에 대한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라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는 IRA 혜택에서 제외됐다. 또한 올해 안에 전기차와 배터리를 포함한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인상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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