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다시 원점으로…돌고 돌아 결국 ‘큰 손’ 품에?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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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개입, 지분 매각 등 첨예하게 대립하며 협상 결렬
재매각 시점 불투명…영구채 전환으로 매각 대금 상승
자금력 갖춘 현대차·포스코 물망…‘해운업 진출’ 한화도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매각이 결국 불발에 그쳤다. 매각 측인 한국산업은행(산은),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우선협상대상자 하림그룹이 7주간의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이견이 좁히지 못했다. 7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 회수가 또다시 미뤄진 셈이다.

재매각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운업 업황 악화에 하림과의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 등이 쉽게 해결될 수 없어서다. 결국 꾸준히 거론된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의 등장 필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HMM 누리호 ⓒHMM 제공
HMM 누리호 ⓒHMM 제공

이견 좁히지 못해…하림 “실질적인 경영권 담보해주지 않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과 주주 간 계약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 결렬됐다. 산은은 7일 새벽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와 7주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 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하림 역시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협상 과정에서 쟁점은 크게 ‘매각 후 경영권 문제’와 ‘지분 매각 금지’ 등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공적자금 회수 뿐 아니라 자본건전성 측면에서도 신속하게 매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해진공은 해운산업이 국가기간 산업이라 매각 이후에도 경영 개입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매각 측 두 주체의 입장이 엇갈린 셈이었다. 하림이 이날 입장문에서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 측인 하림 측은 당연히 경영 개입을 원치 않았다. 입장문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이유다.

주식매각 제한 기간을 두고서도 양측은 첨예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 측은 재무적투자자인 JKL파트너스에 대해 5년간 주식 매각 제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을 고려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015년 하림의 팬오션 인수 당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던 JKL은 2년 뒤 팬오션 지분 5.08%를 블록딜(일괄매각)로 처분했었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이익 잉여금이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상 막판 하림은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여달라고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시간 갈수록 매각 셈법 복잡…결국은 대기업뿐?

매각 작업이 불발되면서 HMM은 당분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유지된다. 재매각 추진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글로벌 해운 업계 재편으로 해운업황이 불확실해지면서 적정 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에 더해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내년까지 다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 7억 주 수준인 HMM의 발행주식 총수는 내년엔 10억 주로 늘어난다. 매각 대금이 더욱 늘어나게 되면서 이를 감당할 기업이 손에 꼽힐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로서는 지난해 입찰 과정에서 참여한 동원 등의 재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 자본력을 등에 업은 대기업이 참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매각 작업을 추진하기 전에 자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과 접촉해 인수 의향을 타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잃어버린 범현대가의 유산을 다시 찾아온다는 정통성 확보 명분이 있다. HMM의 전신은 현대상선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다양한 화물 수요가 있고, 그룹 내 다양한 사업들과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그룹은 지난해 입찰에선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화그룹도 후보군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친환경 해운사 설립 등 해운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 진출 과정에서 HMM을 가져온다면 빠르게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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