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받는 민주 ‘정권심판론’, 커지는 ‘총선위기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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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명품백’ ‘尹-韓 갈등’에도 野 지지율 정체 지속
계파 갈등에 李 리더십도 휘청…‘통합선대위 전환’ 요구도

총선 레이스의 막이 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파열음,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계속된 여권 악재에도 이재명 대표와 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다. 이에 야권 일각에선 비대위에 버금가는 지도부 체제 개편 등 ‘특단의 대책’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영입 인사들의 소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영입 인사들의 소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尹‧與 악재에도 멈춰선 李‧野 지지율

새해 들어 악재는 야권보다 여권에 더 많았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발화한 가운데, ‘소방수’로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에 휘말렸다. 윤 대통령이 직접 대담을 통해 소명했지만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이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숫자’는 기대치를 밑도는 양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8일 전국 18세 이상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2%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9%포인트 오른 39.2%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5주차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1.7%포인트 낮아진 57.7%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민주당 41.8%, 국민의힘 40.9%로 조사됐다. 전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4%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1.1%p 상승하며 두 정당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내인 0.9%p를 기록했다.

당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선 모습이다. 문화일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4~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한 설민심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이 36%, 부정이 53%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반면 한동훈 위원장의 직무수행을 두고는 ‘매우 잘함’이 19%, ‘잘하고 있는 편’이라는 응답이 26%로 긍정평가가 45%로 조사됐다. 부정 평가는 42%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023년 5월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함께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br>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023년 5월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함께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br>

親明-親文 갈등 속 李리더십 시험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대표를 향한 ‘당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 내 이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70%, 부정 평가는 24%였다. 이 대표의 전당대회 득표율(77.77%)을 고려하면 당내 긍정 평가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 내 한동훈 위원장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92%)와 비교하면 분명 아쉬운 결과다.

정치권에선 비례대표 선거제도가 ‘민심’을, 당내 계파 갈등이 ‘당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최근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준위성정당’을 채택했는데, 이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던 대선 공약을 뒤엎은 셈이다. 여기에 공천을 두고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 간의 파열음이 일면서 이 대표 리더십에 일부 금이 갔다는 평가가 당 내부에서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과거 ‘도지사 이재명’이 최근 ‘당대표 이재명’보다 더 매력적이었다고 느끼는 이유는 특유의 결단력과 승부사 기질이 실종됐기 때문”이라며 “선거제나 당내 계파갈등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선거에서 이기는 세력을 보면 메시지 ‘디테일’에 강하다. 공약의 구체성, 실천성, 효과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이 대표의 메시지에서는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리더의 메시지로써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취재에 따르면, 격전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의 ‘체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지도부가 아닌 비명계와 친명계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내세워 표류하는 중도층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 역시 설 연휴 내내 ‘통합’을 강조했다. 향후 선대위 구성 및 핵심 메시지, 위원장 인선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통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3.6%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8%였다. 6일 발표된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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