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온몸 피부가 검어진다면?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1:00
  • 호수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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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을 괴롭혔던 애디슨병…수술이나 치과 치료 전에 의사에게 알려야

40세 남성이 갑자기 전신 쇠약감이 발생하고 체중이 줄어들어 병원을 찾았다. 전신 피부가 검어지는 양상도 보였다. 검사해 보니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낮고, 전해질 수치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 환자는 부신 기능에 문제가 있는 애디슨병, 즉 일차성 부신 기능저하증으로 진단되었다.

애디슨병은 19세기 영국 의사인 토머스 애디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걸렸던 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부신이라고 불리는 좌우 신장 위에 있는 내분비기관에 생기는 희귀한 질환이다. 부신은 신진대사·면역·혈압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생산한다. 그런데 특정 호르몬(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의 생산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이다.

애디슨병에 걸리면 만성적인 피로, 근육 약화, 체중 감소, 저혈압 등이 생길 수 있고 색소가 침착되어 피부가 검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색소 침착으로 검어진 피부는 매우 특징적인 증상인데, 피부 진피층의 멜라닌 세포가 자극받아 멜라닌 색소 함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상으로 소금기가 있는 짠맛을 원하게 되고, 저혈당 증상이 생기거나 메스꺼움·설사·복통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 CAMERA PRESS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 CAMERA PRESS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질환 

애디슨병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부신 자체가 손상되는 데 있다. 부신이 손상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자가면역질환 때문이다. 자신의 면역체계가 부신을 공격해 호르몬 생산을 방해하는 자가면역성 부신염에 의한 것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결핵이나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진균 감염 등이 있고, 유전적인 원인, 암이 부신으로 전이되는 경우나 부신을 직접 손상시키는 특정 약물로 인한 경우가 있다.

진단은 임상적인 소견에 대한 평가와 혈액검사, 영상 검사 등을 조합해 이루어진다. 혈액검사로는 혈중 나트륨, 칼륨, 코르티솔 및 ACTH(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수준을 측정한다. 코르티솔이 3μg/dL 이하로 2번 이상 나올 정도로 낮고 ACTH 수준이 100pg/mL보다 높게 측정되는 정도로 높으면 애디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ACTH 자극 검사는 부신의 ACTH에 대한 반응을 측정하는 검사로, 애디슨병 진단을 위한 가장 구체적인 검사 중 하나다.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영상 검사는 부신의 크기와 모양을 검사하고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다른 잠재적 원인 질환을 배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애디슨병 치료는 부신이 생산하지 못하는 호르몬을 몸에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따라서 호르몬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는 특정 약물을 투여하는 호르몬 대체 요법이 주요 치료법이다. 이 약물은 보통 평생 복용해야 하며 환자 개인의 증상과 일상생활의 활동양식에 따라 복용법이 조절된다.

애디슨병 환자는 응급 상황에 자신이 애디슨병 환자임을 알리는 질환 카드나 팔찌 등을 착용 또는 소지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추가로 투여할 약물과 용량 등의 정보가 담겨있다.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증가한다. 애디슨병 환자가 수술이나 치과 치료를 받기 전이나 장시간 심한 운동을 한 경우에는 특정 약물(하이드로코르티손)을 추가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부신 기능저하증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며 증상이나 원인이 모호하므로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빠르게 진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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