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추억의 음식’들…유통가, 왜 ‘빅 사이즈’에 꽂혔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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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사이즈 대폭 키워 재미 부여…인증샷‧챌린지 문화 타고 유행
판매량 높은 스테디셀러 중심으로 등장…중심 채널로 ‘편의점’ 부상

최근 정통크림빵을 대폭 키운 ‘크림대빵’이 출시되면서 유통가의 빅 사이즈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점보 도시락 컵라면(점보 도시락)이 만들어낸 ‘점보 열풍’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재미에 초점을 둔 빅 사이즈 제품들은 SNS와 숏폼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대란을 일으켰고, 일종의 ‘챌린지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지난해 GS25는 팔도의 IP를 확보해 기존 팔도 도시락면을 8배 이상으로 키운 점보 도시락을 출시한 바 있다. 사진은 1986년 연합통신 화보잡지 '세계'에 실린 팔도 도시락면 광고 ⓒ연합뉴스
지난해 GS25는 팔도의 IP를 확보해 기존 팔도 도시락면을 8배 이상으로 키운 점보 도시락을 출시한 바 있다. 사진은 1986년 연합통신 화보잡지 '세계'에 실린 팔도 도시락면 광고 ⓒ연합뉴스

성공한 ‘점보 제품’, 편의점 앱 회원 수까지 늘려

최근 SPC삼립이 출시한 크림대빵은 기존 정통크림빵(75g)을 6배로 늘린 500g 용량의 제품이다. 1964년에 태어난 크림빵을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점보 사이즈로 키운 것으로, 가격은 8800원이다. ‘6분 안에 완빵 챌린지’ ‘크림대빵과 함께 소두 인증샷’ 등 제품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포장재에 기재하면서 재미에 초점을 뒀다. 대형 사이즈인 만큼 생일이나 돌잔치 등에 축하 케이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빵칼이 포함됐다.

이렇게 ‘재미’와 ‘대용량’을 잡은 빅 사이즈 제품들의 출시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점보 도시락의 성공이 있다. 점보 도시락은 기존의 도시락면 제품보다 8.5배 큰 ‘점보 사이즈’로, GS25가 팔도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지난해 5월 출시한 제품이다. 본래 5만 개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지만 유튜브 등 채널을 통해 다양한 챌린지 영상이 공개되면서 3일 만에 모두 완판됐고, 일부 리셀러들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2~3배의 웃돈을 붙여 점보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에 GS25는 점보 도시락을 상시 운영 상품으로 전환했고, 공화춘 짜장과 간짬뽕을 결합한 ‘짬짜면’ 제품인 공간춘(1만2300원)까지 내놓으면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두 제품은 1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GS25 용기면 카테고리 1·2위로 올라섰다. PB 라면이 브랜드 라면을 밀어내고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최초다.

성공한 점보 제품은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까지 늘리면서 영향력을 입증했다. 점보 도시락 출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GS리테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우리동네GS’의 가입자 수는 직전 동기 대비 48% 넘게 증가한 바 있다. 제품의 재고를 확인하고 구매하기 위해 앱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삼립은 기존 정통크림빵(75g)을 6배로 늘린 500g 용량의 크림대빵을 출시했다. ⓒSPC삼립 제공
최근 삼립은 기존 정통크림빵(75g)을 6배로 늘린 500g 용량의 크림대빵을 출시했다. ⓒSPC삼립 제공

도시락면·야쿠르트·크림빵…추억·충성도가 기반

점보 사이즈로 출시되는 상품들은 판매량이 많은 ‘스테디셀러’들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의 충성도가 입증된 제품들이다. 기존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익숙한 새로움’이라는 공식이 통하기 때문이다. 점보 상품의 기반이 된 팔도 도시락면과 크림빵도 일명 ‘추억의 상품’이다.

국내 최초 사각용기 라면인 팔도 도시락면은 1986년 출시돼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제품이다. 최근 출시된 빅 사이즈 크림대빵의 원형인 크림빵은 무려 1964년 출시된 상품으로, 10년 간 단일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크림빵(리테일 부문·누적)이다.

hy가 2015년 출시한 대용량 야쿠르트 그랜드 ⓒhy제공
hy가 2015년 출시한 대용량 야쿠르트 그랜드 ⓒhy 제공

스테디셀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점보 사이즈 제품들은 흥미로 인해 반짝 인기를 끌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긴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hy가 2015년 GS25와 손잡고 출시한 야쿠르트 그랜드는 1971년 출시된 기존 야쿠르트를 4배 용량으로 키운 것으로, 65㎖의 적은 용량을 아쉬워했던 소비자들을 겨냥해 280㎖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야쿠르트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그랜드 제품은 당초 시험적으로 내놓은 제품이었으나 출시 후 하루 6만 개 이상 판매되면서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누적 판매량은 1억 병 이상이다. 대용량 제품의 인기를 확인한 hy는 라이트 제품, 딸기맛 제품 등으로 그랜드 브랜드를 넓혀온 바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유통 채널인 편의점이 빅 사이즈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편의점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내세워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매출 성장을 꾀하고 있다. CU도 지난해 1㎏ 특대용량 안주 제품인 꾸이포대 등을 출시하면서 ‘거거익선(클수록 좋다)’ 트렌드에 합류했다. GS25는 최근 ‘점보라면 3탄’으로 출시한 오모리 점보 도시락 등으로 해당 라인업을 계속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몸집을 대폭 키운 식품들의 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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