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형제의 난’은 없다…효성, ‘각자 경영’ 통해 계열분리 수순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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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인적분할 통해 신규 지주회사 설립 추진
전통 사업은 장남이, 소재는 삼남이 맡아
경영권 분쟁 소지 차단하며 지분 교환할 듯
효성그룹 본사 ⓒ연합뉴스
효성그룹 본사 ⓒ연합뉴스

효성그룹이 형제간 각자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인적분할을 통해 신규 지주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이사회가 결의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그룹을 대표적인 먹거리 사업인 수소는 조현준 회장이, 탄소섬유는 조현상 부회장이 맡는다. 지난 2014년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일으킨 ‘형제의 난’으로 홍역을 치른 효성이 이번 지주사 분할을 시작으로 3세 경영 승계가 마무리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홀딩스USA·효성토요타·비나물류법인(베트남)·광주일보 6개사에 대한 출자부문을 인적분할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신설 지주사는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이끈다. 조 부회장이 이미 독립 경영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부문 등을 포함하면 신설 지주의 매출 규모는 7조원대, 글로벌 거점 숫자는 90여 곳에 이른다.

아울러 존속법인 효성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을 계열사로 두는데 장남 조현준 회장이 맡는다. 그룹의 전통 사업 영역인 섬유, 중공업, 건설 등은 조 회장이 맡고, 첨단소재 등은 미래먹거리 사업은 조 부회장이 담당하는 셈이다.

재계는 이번 지주 신설을 놓고 계열 분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효성은 그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섬유와 소재 부문을 맡으며 사실상 독자적으로 경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형제의 ‘독립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머지않은 시기에 지분 정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형제의 지분 정리는 복잡하지 않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주사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비슷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10.14%를 들고 있다.

아울러 조 부회장은 이번 인적분할로 분리되는 효성첨단소재의 지분 12.2%를 갖고 있지만 조 회장은 없다. 조 회장이 14.5%를 보유한 효성티앤씨엔 조 부회장의 지분이 없다. 향후 존속 지주사와 신설 지주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효성의 지분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이번 분할로 인해 ‘오너 3세’간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앞서 효성에선 지난 2014년 조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형제의 난’이 발발한 바 있다. 이후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조 전 부사장은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장기간 소송으로 그룹 내부에선 적잖은 내홍에 시달린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6년여간 각자의 분야에서 나타낸 성과를 토대로 조 명예회장이 지주 분리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향후 사업 영역에서 의사 결정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책임 경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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