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으로 돌아선 친문, 이낙연 품으로?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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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OUT’ ‘고민정 사퇴’에 격분한 親文…이재명 사퇴 요구
‘민주 탈당 러시’에…이낙연 “이재명 사당으로부터 탈출” 촉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7월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7월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격화되면서 친문(親문재인)계마저 반명(反이재명)파로 돌아설 조짐이다. 설훈·박영순 의원에 이어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탈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의 위기가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수의 현역 친문 의원들이 새로운미래로 합류할 시 ‘반윤(反윤석열)·반명’ 연대를 구축하면서 총선 ‘기호 3번’까지 노릴 수 있어서다.

친문계를 포함한 비명(非이재명)계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불공정 공천’ 논란으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이들의 분노는 지난 27일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전략공천 배제로 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지도부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견을 개진했으나 묵살되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일련의 사태 직후 진행된 의원총회는 친문계 의원들의 성토장이 됐다. 전날(27일) 친문계 좌장격인 홍영표 의원 등은 이재명 대표의 면전에서 당 위기와 관련해 온갖 질타를 쏟아 부었다. 이들은 “남의 가죽을 그렇게 벗기다간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개인 사당을 만들어 다음 당권을 잡으려 하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다수의 사퇴 요구도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역평가 하위권을 통보받은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연산군처럼 당을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전락시켰다”며 김영주·이수진·박영순 의원에 이어 네 번째 탈당을 선언했다. 여기에 홍영표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탈당을 예고하면서, 다른 친문계 의원들도 함께 동요하는 분위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미래, ‘친문 구심’ 역할?…“임종석 온다면 마다 안 해”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의 위기가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미래는 현재 총선 ‘기호 3번’을 두고 정의당,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세력들과 경쟁 중이다. 새로운미래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로운미래 당원 수는 이날 기준 15만 명에 육박하며 적지 않은 지지세를 확인했다. 새로운미래는 28일 박영순 의원의 합류로 김종민 공동대표와 함께 현역 의원 2명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추가로 친문계 현역 의원들을 포섭한다면 정의당(현역 6석)과 기호 3번을 두고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은 새로운미래 합류가 확정된 분위기다. 새로운미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설훈 의원도 새로운미래로 합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설 의원이 최근 민주당에서 같이 불이익을 당한 5명의 의원들과도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 연락하고 있다. 이분들이 혹여 새로운미래로 온다면 저희 입장에선 날개를 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야권 일각에선 새로운미래가 친문 세력이 결집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낙연 대표도 앞선 기자회견에서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를 환영하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후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지난 20일 민주당내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만나 합류를 타진하는 등 최근 활발한 포섭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선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같은 문재인 정부 출신인 이낙연 대표도 27일 페이스북으로 “마음의 위로를 보낸다”며 임 전 실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임 전 실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부에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 재고를 요청하며 “저의 거취는 지도부의 답을 들은 후 정하겠다”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관련해 새로운미래 측에서도 임 전 실장을 중심으로 친문계가 넘어올 가능성을 함께 기대하는 분위기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아직 우리 측에서 임 전 실장 측에 타진을 넣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임 전 실장이 합류한다면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더 많은 민주당 인재들이 ‘이재명 사당’으로부터 탈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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