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선 전공의…정부 “원칙 대응에 복귀 망설이는 듯”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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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돌아온다면 책임 묻지 않겠다…미복귀시 처분·처벌”
박민수 2차관, 전공의들에 ‘비공개 대화’ 제안 “누구든 참석”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월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월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정한 29일 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에게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거듭 복귀를 촉구했다. 데드라인을 앞두고 비공개 대화를 제안한 정부는 '무응답' '미복귀' 일관시 면허취소 처분과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공의들이 오늘 안에 돌아온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정부가 제시한) 복귀 마지막 날인 만큼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규모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장관은 "27일부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의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복귀를 머뭇거리는 이유에 대해 "의사로서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도 크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나 같이 행동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칙대로 대응하다 보니 구심점도 없어져서 복귀를 망설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이날까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복지부)는 면허 관련 조치를, 사법 당국에서는 형사처벌에 관해 판단할 것"이라며 예고한 대로 후속 조치를 밟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제시한 현업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월28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제시한 현업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월28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 장관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표성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계에서 중지를 모아 줄 것을 요청했고, 복지부도 의협이 의사 직역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28차례 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는데, 의협은 그전까지 공감하시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서 갑자기 백지화를 요구하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며 "복지부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이 적합한 대화 상대인지 의문"이라며 "의협에는 개원의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는데, 필수의료 확충과 관련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의 목소리와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수가(酬價) 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1월부터 지금까지 소아, 분만, 중증, 응급 분야에 1조원을 투자했다"며 "다음 달까지 심장 질환 관련 보상도 강화하고 이후에도 분기별로 난도와 위험도가 높은 뇌동맥류 수술에 신속하게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이나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함께 추진해서 (필수의료 패키지)의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고 단언했다.

의대생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서는 "규모를 줄이거나 단계적으로 늘리면 필수의료 확충이 그만큼 지연되므로, (의료계와) 대화하게 되면 2000명 증원 필요성을 다시 설명하겠다"며 "의대 학장들이 주장하는 350명 증원은 대학 수요 조사나 장기 수급 전망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숫자"라고 일축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월26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전공의 탈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월26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전공의 탈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허심탄회한' 비공개 대화를 갖겠다며 전공의들에게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전날 복지부는 박민수 제2차관 명의로 전공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식 발표를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하고 대표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시간과 장소를 정해 알린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 각 수련 병원 대표는 물론 전공의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내부에서 대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화를 위한 협의체이므로 집단행동과는 별개이니 우려하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요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가운데 80.8%인 993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3.1%인 8992명으로 확인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28일 오후 5시 기준 108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949명 중 92.6%인 1만13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정부 발표치보다 더 많은 전공의들이 사직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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