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 손내민 정부…전공의는 ‘뿌리칠 결심’?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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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총선 내려놓고 전공의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
복귀 시한 임박…박민수 복지차관 “직접 대화하겠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류옥하다 씨가 2월29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시사저널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가 2월29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시사저널 정윤경

정부가 제시한 복귀 ‘마지노선’이 임박했지만 전공의들의 뚜렷한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까지 전공의를 끌어당기기 위한 정부의 ‘러브콜’에도 전공의 반응은 냉랭한 모양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는 2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전공의에게) 대화하러 나오라고 말한 다음 날 경찰과 함께 집에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해 겁을 줬다”며 “정부는 대화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박민수 제2차관 명의로 전체 전공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날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비공개 대화를 갖자고 요청했다. 박 차관은 “공식 발표를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하고 대표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시간과 장소를 정해 알린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 각 수련 병원 대표는 물론 전공의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고 전했다.

류옥씨는 박 차관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와 동료들은 (박 차관과 대화 장소에) 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박 차관, 조규홍 장관, 윤석열 대통령 모두 말이 다르다. 어디를 믿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좀 무섭다. 농담이지만 가면 잡혀간다는 설도 있다”며 “정부가 집단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와중에 나오라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류옥씨는 “병원에서 환자들이 기다린다. 보호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총선 욕심은 이해하지만, 총선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동료들이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집단 휴진에 참여한 다른 전공의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들 같은 마음으로 (일하는 병원에서) 사고는 안 터졌는지, 무슨 일은 없는지 (걱정한다)”며 “(병원을) 뛰쳐나올 때도 가장 눈에 밟혔던 것이 내 손에 생명을 맡겨 준 환자”라고 토로했다.

이날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도 정례 브리핑을 열고 박 차관과의 대화가 ‘국민 앞에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대화의 전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냥 대화하자고 말하면 응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결국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화를 시도했다는 모습만 국민 앞에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비판했다.

이날까지 미복귀한 전공의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정부 경고에도 전공의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전공의 단체를 이끄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구속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고 다른 전공의한테도 계속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도망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딱히 증거를 인멸할 것도 없다”며 “당당하게 가서 조사받을 것이 있으면 조사받고 오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노선이 가까워지면서 일부 전공의는 병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294명이 병원으로 돌아왔다. 상위 50개 병원에서는 181명이 복귀했다.

한편 전날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97명으로 집계된다. 전체 전공의의 80.2%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76명(78.2%)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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