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의 반란 가능할까…노정현 對 김희정 ‘연제구 매치’ [총선 빅매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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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김희정, 진보 노정현에 9.3%p차 열세…야권서 4년 만에 탈환할까
격전지 부상에 여야 총력전…한동훈은 부산行, 민주는 노정현 힘 싣기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시청, 법원, 검찰청 등 핵심 기관들을 품고 있는 부산의 중심 연제구. 이곳의 최근 총선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진보당의 노정현 후보가 국민의힘의 김희정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총선 정국 초기만 해도 여야 격전지로 꼽히지 않고 국민의힘 내부 경선 결과에만 관심이 쏠렸던 이곳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당초 연제구는 지역구가 신설된 지난 15대부터 19대 총선까지 보수당 후보가 내리 당선될 만큼 보수세가 짙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치신인이었던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깜짝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당시 민주당은 부산 전체에서도 ‘5석’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현역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를 탈환하고, 8대 지방선거에서도 주석수 연제구청장이 국민의힘 계보를 이으며 보수세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이번 총선에선 보수세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진보당에서 연제구 재선 구의원을 역임한 노정현 부산시당위원장이 깜짝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그는 민주당의 이성문 전 연제구청장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 야권 단일 후보로 등판해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같은 지역에서 17·19대 재선을 달성했던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는 현역 이주환 의원과의 경선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여론조사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지난 18~19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노정현 진보당 후보(47.6%)가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38.3%)를 9.3%포인트 격차로 앞지르며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무선 ARS조사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 ±4.4%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부산서 진보당 우세라니 충격” “사는 게 힘든데 진영이 중요하나”

연제구민들도 여론조사 성적표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총선을 15일 앞둔 26일 오후, 연제구 관할구역인 연산로터리와 부산시청, 부산지방법원·검찰청 일대를 찾았다. 부산의 정치·행정 중심지인 만큼, 평일 시간대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체로 고령층에선 보수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반면, 청·장년층에선 민생이 어렵다며 정권 심판이 먼저라는 비토가 나왔다.

시청역에서 만난 노인회봉사자 이아무개(78)씨는 “부산에서 진보당 후보를 의원 만들어준다니, 뒷목 잡고 쓰러질 만큼 놀랐다”며 “여론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서 제대로 수치가 집계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김희정 전 의원이 장관직도 수행했고 연제구에서 평판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총선 전에는 보수층이 본래대로 집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청·장년층에선 이 같은 민심 기류가 당연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거제동 주민인 취업준비생 정아무개(27)씨는 “요즘 취업도 힘들고 청년층에게 갈수록 짐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에선 모르쇠한 채 대통령 측근 사람들 챙기기만 급급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앞선 봉사자 이씨도 “젊은 사람들은 우리랑 생각이 틀린 것 같더라”며 “앞으로 본인들이 세금과 빚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정권 탓으로 돌리면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고 전했다.

각종 점포와 유흥가가 집결한 연산로터리는 ‘고물가’ 직격탄에 특히 민감한 분위기였다. 연제구 연산로터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3)씨는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최고치에 다다랐다”며 “오죽하면 진보당을 찍을 정도겠나”라고 전했다. 연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전아무개(37)씨도 “사는 게 어려운데 지역에 오는 의원이 보수인지 진보인지가 뭣이 중요하냐”며 “누구든 제발 자영업자들을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와 달라”고 당부했다.

26일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시청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26일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시청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교통 공약’ 신경전…김희정 “제2센텀선” vs 노정현 “3호선 지선”

이처럼 민심 기류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두 후보도 모두 ‘민심 맞춤’ 공약으로 총력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먼저 김희정 후보는 전임 청와대 대변인·여성가족부장관으로서 국정 경험을 살려 ‘교통 공약’을 1순위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연제구가 부산시내 중심도시인 만큼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며, 연산과 해운대 센텀을 잇는 ‘제2센텀선’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연산교차로 허브거리 조성’, ‘황령 3터널 조기 개통’, ‘영어 특화 도서관’ 건립도 함께 약속했다.

이에 맞서 노정현 후보는 도시철도 3호선의 지선(망미↔연산)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기존 3호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건설비와 운영비를 모두를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그는 지역순환경제 3법(부산형 공공은행, 지역 재투자법, 동백전 지원 확대와 안정화)을 입법해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바람길 숲을 조성하고 기후테크 산업을 유치하는 등 환경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각 당 차원에서도 연제구가 격전지로 부상한 만큼 총력 지원에 나선 분위기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부산 사하구 신평역을 방문해 김희정 후보의 손을 맞잡고 만세삼창을 했다. 김 후보도 시사저널에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한다’는 신념으로 연제구의 발전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 남구 후보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통진당 후예들과도 손잡은 이재명 세력과 싸우는 선거다.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면 부산도 치열한 선거가 예상된다”며 총선 직전 ‘보수 지지층 결집’ 가능성을 기대했다.

야권에서도 민주당이 진보당과 손을 잡고 노 후보 지원사격을 위해 지역 공동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는 역대 총선 중 민주·진보·시민사회가 같이 공동선대위를 구성한 첫 사례가 됐다. 노 후보도 26일 공동 선대위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 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번 총선을 반드시 정권심판 선거로 만들겠다. 민주당 후보의 마음마저 얹어 승리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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