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에 30분 뛰었다”…사라진 시내버스에 출근길 ‘대란’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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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서울 버스 파업…전체 버스 10대 중 9대 운행 중단
지하철·택시로 몰리며 대혼돈…“9시 출근인데 9시에 역 도착”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월28일 오전 8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월28일 오전 8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버스가 운행하는 정류장을 찾아 빗길에 30분을 뛰어왔다. 반차를 써야 할까 고민도 했다.”

서울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파업에 들어간 28일 오전 7시30분, 서울 강북구 한 버스정류소에서 만난 송지혜(가명·20대)씨는 “이대로라면 지각은 불 보듯 뻔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 인상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오전 4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서울시내 버스 7382대 중 97.6%(7210대)가 운행을 멈춘다. 12년 만의 서울버스 파업이다.

시내버스가 멈추면서 ‘출근길 대란’은 현실화됐다. 정해진 시간에도 버스가 오지 않자 시민들은 버스가 운행하는 정류장을 수소문해 빗길을 뚫고 달렸다.

좁은 버스에 승객들이 몰리니 내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승객 간 간격이 좁아 손잡이는 잡을 수도 없었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인파가 앞뒤로 휘청거렸다. 승·하차 계단에 서서 버스를 타는 승객도 있었다. 버스기사는 승객에게 “손님이 많아 출발을 못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 주세요” “학생, 꽉 찼어요” 등 안내 방송을 쉼 없이 했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우르르 내린 학생들은 “와 살 것 같다”며 해방감을 표했다. 승객 사이에서는 “난리도 아니다” “대체 언제까지 파업을 할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3월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3월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날 비상수송대책 가동에 들어갔다. 시내 25개 자치구에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투입해 지하철역과 연계해 운행했다.

그러나 셔틀버스도 시내버스의 빈자리를 대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사거리에서 청량리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탑승한 연아무개(25)씨는 “셔틀버스가 온다는 재난문자를 받고 타러 갔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정신이 없었다”며 “셔틀버스가 지하철 역 앞에 진입하지 못해 역과 떨어진 지점에서 하차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9시까지 출근인데 9시에 지하철역에 도착했다”며 “지각할 것 같다고 상사에게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도 콜이 잡히지 않아 불편함을 겪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출근 시간대에 교통대란까지 겹치면서 ‘콜’이 폭주한 것이다. 직장인 이아무개(30)씨는 버스 운행이 멈춰 서울 용산구에서 신촌까지 가는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호출을 전부 거절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인철(가명)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빗길에 50분을 걸어왔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월28일 오전 7시께 발송된 안전안내문자 ⓒ안내문자 캡쳐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월28일 오전 7시께 발송된 안전안내문자 ⓒ안내문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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