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두 달, 성적표는 “일단 긍정적”…지속가능성엔 ‘물음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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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밸류업’ 언급 이후 코스피‧코스닥 PBR 모두 개선
가이드라인 ‘완성’까지 두 달 남아…시장선 “고점 부담”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 화두가 된 지 두 달째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17일 민생경제토론회에서 밸류업 구상을 처음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6일 세부적인 추진 계획을 밝혔으며, 오는 5월 내로 밸류업 가이드라인 수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성적표는 긍정적인 편이다. 당국의 밸류업 구상 이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나섰고, 동참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급등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전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크게 개선됐다.

다만 밸류업 모멘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린다. 밸류업 훈풍을 타고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할 거란 기대감이 번지지만, 일각에선 밸류업의 핵심인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장담할 수 없어 효과가 제한적일 거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월17일 열린 민생경제토론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언급된 이후 두 달이 지났다.  ⓒ 연합뉴스
지난 1월17일 열린 민생경제토론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언급된 이후 두 달이 지났다. ⓒ 연합뉴스

밸류업 타고 PBR 개선…수혜주 주가도 ‘껑충’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의 PBR은 1.0배 수준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0.96배, 밸류업 구상이 처음 언급된 지난 1월17일에는 0.88배에 그쳤다. 기업들의 자발적 주주환원 강화 노력이 계속되면서 코스피의 PBR은 1배로 올라섰다.

코스닥의 PBR은 2.06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1.93배, 두 달 전 1.86배에 비해 크게 올랐다.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평가받았던 금융업과 자동차 종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KRX은행 지수는 두 달 전 0.37배에서 0.46배로, KRX보험 지수는 0.36배에서 0.45배로, KRX자동차 지수는 0.6배에서 0.73배로 개선됐다.

밸류업 수혜주로 거론됐던 저PBR 종목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가령 현대차의 경우 두 달 전엔 18만원대였지만, 밸류업 훈풍을 타고 한 때 26만원대를 돌파했다. 증권사 중 선제적으로 통 큰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던 메리츠금융지주도 두 달 전 5만9000원대에서 8만1000원대로 상승했다.

지난 2월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 연합뉴스
지난 2월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이 자리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처음 공개됐다. ⓒ 연합뉴스

“오를 대로 올랐다…밸류업 재료 소멸”

그러나 한편으로는 밸류업 모멘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힌 종목의 추가적인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미 두 달 전부터 밸류업 기대감을 타고 주가가 크게 올라온 터라 전반적인 배당수익률이 크게 감소했고, 그 결과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틸리티, 지주, 은행 등 밸류업 관련 종목은 주가 상승이 충분히 진행됐다”며 “2분기 중 증시 고점이 형성되고 총선 이후 시장 관심도가 옮겨가면서 3분기 관망 조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자발적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경감 카드를 제시했지만, 이는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논의가 필수적이다. 야당은 현 정부의 감세 기조가 ‘부자 감세’에 지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 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긴 호흡’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중기적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관련 공시 원칙, 내용, 방법 등을 담은 종합 가이드라인을 오는 5월 중으로 마련하고, 구체적인 세제 지원 방안의 경우에는 7월 이후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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