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쓴 이종섭, 총선 ‘변수’ 될 수 있을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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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총선악재’ 우려한 듯…이종섭 “외교부장관에 사의 표명”
표심 영향엔 평가 분분…“野 정치공세 차단” vs “골든타임 지나”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여당의 ‘총선 악재’라는 분석이 제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가 사의 표명 뒤 서울에 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도피 출국’ 논란은 사그라질 전망이다. 다만 총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종섭 사의’가 총선의 새 변수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평가가 분분한 모습이다.

이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대사가 오늘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면서 “저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변호사가 전했다.

이 대사는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논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하자 수사 회피 논란이 일었고, 공교롭게도 이후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잡음이 계속되자 이 대사는 출국 11일 만인 지난 21일 귀국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은 이 대사의 출국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에서는 큰 이슈지만 사실 외국에서는 이슈도 안 된다”고 반박했으나,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공개적으로 이 대사의 결자해지를 요청했다.

결국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이 대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총선 기간 계속됐던 이 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은 사그라질 전망이다.

다만 이 대사의 사의가 ‘민심’을 돌릴 수 있을 지를 두고는 정치권 내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여권 일각에선 “야당의 정치공세를 원천 차단한 것”(국민의미래 관계자)이라는 안도감과 “대통령실이 먼저 결단했어야 한다”(수도권 지역 여당 후보)는 아쉬움 섞인 비판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일각에선 논란이 발화한 직후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보인 태도, 이후 여론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사퇴의 ‘골든타임’이 다소 지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만약 이 대사가 총선 전 다시 호주로 출국하거나, 사표를 내지 않았다면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이 더 악화됐을 수 있다”며 “일단 여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이 대사 관련 논란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관련 평가는 현재 여론에 선반영되어 있다”며 “이번 결정(사의)으로 여론이 크게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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