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 여사’ 언급 자제했는데…‘반성 모드’ 지도부와 엇박자
여당 선거 ‘투톱’인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해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두둔해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여권 내에서 총선을 앞두고 언급을 자제해 온 김 여사 옹호에까지 나선 것이다. 수도권 등 여론의 열세에 연일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당 지도부와 엇박자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에 더 단호한 조치를 내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진행자 말에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잘하는 게 프레임을 짜서 지나간 일 갖고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는 것”라며 “계속 고장난 축음기처럼 (그러는데),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뉴욕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피아 조직도 아이와 그 집안 부인은 건드리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끼리 이럴 시간이 없다. 전세계가 계속 뛰고 있는데, 우리도 같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 관련된 논란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그간 총선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이 높은 김 여사와 관련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김 여사 역시 지난해 12월 이후 넉 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의 수장으로 여당 선거 ‘투톱’인 인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총선을 불과 12일 앞두고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27일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은폐 의혹’이 불거진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출국 논란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에서는 큰 이슈지만 사실 외국에서는 이슈도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우리 아버지가 늘 한 이야기가 있다. 군수가 산불이 나면 해직되는데 군수가 불을 질렀나“라며 ”장관이 죄가 있는 게 확실한가“라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반성 모드’를 유지 중인 국민의힘 지도부 행보와 어긋나는 것으로 읽힌다.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재외선거권자 대상 비례대표 선거운동 방송연설에 출연해 “저희의 부족함, 잘 알고 있다. 실망을 드린 일도 적지 않다”며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고개 숙여 국민께 호소드린다. 딱 한 번만 더 저희를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사무총장 역시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여당으로서 국민께 부족했던 점도 많았다. 대통령실에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날 한동훈 위원장과 관련해 “전라도 말로 ‘짠해 죽겄다’”고 감쌌다. 전날 한 위원장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선 “저도 실수 잘한다. 우리가 사석에서는 욕도 나오고 그런다. 한 위원장께서 지금 많이 지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