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의 샴푸 광고, 왜 실패했나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8.22 10: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와 브랜드 이미지 안 맞으면 효과 감소, 전지현의 '명품' 이미지도 잘못 쓰면 역효과

전지현과 이효리를 동시에 내세운 삼성 애니콜 새 광고를 놓고 요즘 제일기획 내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두 사람 이름 머리글자를 따 모델명마저 ‘슬림&J(전지현)’ ‘슬림&H(이효리)’인 이들 새 휴대전화 경쟁에서 광고 완성도는 ‘슬림&J’, 실제 판매율은 ‘슬림&H’ 쪽이 살짝 우위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총평.

제일기획 박용진 국장은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효리는 여성 소비자에게 ‘나도 조금만 노력하면 저 정도는 흉내 낼 수 있겠다’라는 현실감을 주면서 이것이 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반면 전지현은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 때문에 소비자가 따라잡기를 지레 포기해 버리는 듯하다.”

브랜드38연구소 박문기 소장은 일반인이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이같은 ‘명품’ 이미지가 전지현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곧 명품 이미지와 광고 브랜드가 잘 맞아떨어질 때는 ‘고급스럽다’라는 전지현의 긍정적 이미지가 제품에 전이되지만, 양쪽이 서로 겉돌 때는 ‘도도하다’라는 그녀의 부정적 이미지가 제품에 투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소비자들이 전지현의 부정적 이미지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도도한’이다).

브랜드 자산과 어울리는 스타 이미지의 활용은 성공한 광고의 관건이다. 빅 스타를 내세웠다고 모든 광고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지현과 더불어 8회 연속 선호도 10위권을 유지한 탤런트 이영애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들이 꼽는 그녀의 긍정적 이미지는 ‘깨끗한’ ‘여성스러운’ ‘순수한’ ‘고급스러운’ ‘지적인’ 등이다.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이영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로 꼽은 것은 자이(아파트)·휘센(가전)·LG카드 순이었다. 자이 광고에서는 ‘첨단’ ‘고급’ 아파트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이영애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박문기 소장의 분석이다. 휘센은 여성스러움, LG카드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잘 살렸다.

 
반면 실패한 광고도 있다. ㅇ샴푸가 대표적이다. 이영애는 후배 여배우와 더불어 ㅇ샴푸 모델로 기용됐지만 상대만한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 소비자들이 이영애의 부정적 이미지로 꼽는 ‘과시적인’ ‘도도한’ 이미지를 이 광고가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젊은 여배우와의 비교광고는, 15년 넘게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이영애가 갖게 된 ‘오래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스타와 브랜드도 궁합이 맞아야 오래간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광고주가 광고 모델을 선택할 때는 무조건 빅 스타만 찾을 것이 아니라 스타의 핵심 이미지와 자사 브랜드 이미지가 잘 맞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박문기 소장은 말했다. 한 번 모델을 선정하면 3개월~1년 계약에 광고비를 보통 30억~1천억원씩 집행하는데, 이때 부적절한 모델을 기용하면 이 모든 비용이 기업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브랜드38연구소는 스타들이 출연한 광고물의 광고 효과를 계량화해 수치로 제시하는 2차 조사 결과를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