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잠룡’ 유시민, 대권 경쟁력 있나 없나
  • 김지영·반도헌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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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취재진이 지난 2월 열린 국민참여당 지역 당원대회를 현장 취재해보니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의 인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런 그는 대권 주자로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시사저널> 취재진이 지난 2월 열린 국민참여당 지역 당원대회를 현장 취재해보니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의 인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런 그는 대권 주자로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정무통 또는 전략통으로 통하는 정치인과 정치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10인에 대한 인터뷰 조사를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 장면 1.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3월8일 저녁 7시30분, 서울 홍익대 앞 서교호텔 별관 지하에 있는 전용 콘서트장. 조명이 현란하게 돌아가면서 인디 밴드의 록 공연이 시작되었다. 3백여 평 규모의 콘서트장에 모인 5백여 명이 음악에 맞춰 공중으로 손을 치뻗으며 껑충껑충 뛰었다. 여느 홍대 앞 클럽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콘서트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지극히 ‘정치적인 사람들’이다. 바로 국민참여당 서울시 당원대회에 참석한 ‘주권 당원들’이다. 엄숙한 정치 행사가 아닌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30~40대가 대부분이었고 간혹 50~60대도 눈에 띄었다. 천호선 서울시당 위원장은 기자에게 “이런 정치 행사를 봤느냐. 이것이 우리 당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은 지난해 1월17일 창당 깃발을 올렸다. 오는 3월19일에는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2차 전국당원대회를 연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지난 2월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유세를 펼쳤다. 당 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한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은 이변이 없는 한 ‘압도적인’ 찬성률로 대표직에 오를 전망이다.

지역 유세 마지막 날인 이날 유원장은 “2012년 5월30일, 19대 국회의원 선서 때(국민참여당 당선자) 20명 이상이 노란 스카프와 노란 넥타이를 매고 모두 함께 선서하는 장면을 반드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유시민!”을 연호하는 환호와 함성이 콘서트장을 가득 메웠다.

# 장면 2.

▲ 3월8일 국민참여당 서울시 당원대회가 서교호텔 콘서트장에서 열렸다. 국민참여당은 이날 대회를 끝으로 시·도당 대회를 마치고 3월19일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을 당 대표로 선출할 예정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취재진은 지난 2월25일부터 27일까지 2박3일 동안 부산(25일), 전주와 대전(26일), 안동(27일) 등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지역 당원대회를 동행 취재했다. 그때의 열기도 서울 대회 못지않았다. 행사장마다 ‘노란 풍선’이 넘실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영상’이 상영되면 행사장은 숙연해졌다. “유시민!”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유원장에게 기념 촬영과 사인을 요청하는 당원들도 줄을 섰다. ‘죽은’ 노 전 대통령이 국민참여당 당원대회장에서는 ‘살아 있는’ 현직 대통령이었다.

가는 곳마다 한결같이 들린 정치 구호는 ‘야권 연대’였다. 유원장은 “당 대표를 맡겨주면 내년 총선에서 야권 전체 의석 1백80석을 목표로 뛰겠다. 야권이 최선을 다해 연대하면 한나라당과 그 아류 정당을 1백20석 이하로 ‘짜부라뜨릴’(눌러버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당 의석이 야권 1백80석의 9분의 1인 20석이라면 과도한 욕심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도당 당원대회가 열린 안동에서는 “정권 교체와 제2기 진보 개혁 정부 수립을 (국민)참여당의 이름으로, 유시민의 이름으로 해내겠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할 수 없다면, 다른 정당, 다른 사람이라도 반드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라고 했다.

과연 유원장은 내년 대선에서 ‘다른 정당, 다른 사람’을 위해 뛸 수 있을까. 현재 상황으로 보면, 그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자신을 위해 뛸 것으로 보인다. 40%대에 육박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에 비해 10% 미만으로 ‘미약’하기 짝이 없는 여론조사 지지율이지만, 유원장은 “현재 ‘꾸준히’ 야권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현재 야권에서 유원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유시민 원장의 대선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은 정무통 또는 전략통으로 통하는 정치인과 정치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10명과의 인터뷰 조사를 통해 ‘유시민의 대권 경쟁력’을 분석했다. “유시민 원장이 내년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세 명(윤희웅 실장,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 ㄱ씨, 정보기관 인사 ㄴ씨)은 “가능성이 있다”라고 답했다. 반면 세 명(김용철 교수, 신율 교수, 친노 인사 ㅂ씨)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네 명은 명확한 입장을 유보했다. 하지만 유보적 입장을 나타낸 네 명 가운데서도 두 명(박시영 부사장, 유창선 박사)은 다소 부정적 견해에 가까운 의견을 나타냈고, 두 명(민주당 ㅇ의원, 정한울 부소장)은 유원장의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다소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유시민 원장으로의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유시민 원장이 변화해야 한다”라는 주문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 10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했다. (순서는 가나다 순)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 자체에 비관적”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 자체에 대해 비관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골머리를 앓는 인물이 유원장이다. 내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유원장의 강점은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자기 정책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에게 쉽게 어필한다. 목소리 톤을 높이면서 날카로운 비판과 자극적인 표현을 섞어서 연설한다. 명백한 것을 좋아하는 유권자에게는 호소력이 있다. 단점은 논객이자 비판가라는 것이다.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별로 없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사장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 40~50%”

▲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이 지난 3월2일 열린 ‘2012 야권 연대 및 야권 연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윤성
유시민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을 40~50% 정도로 본다. 실제로 현재 야권의 유력 후보이기도 하고 민주당 후보 중 유원장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후보가 없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이 많다. 확장력이 떨어지고, 중·장년층의 표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에서 가지고 있는 반감도 해소해야 한다. 마니아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메시지가 명료해서 대중 전달력이 좋고, 이슈화 능력도 뛰어나다. 영남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을 것인지가 변수이다. 부산·경남 지역이 현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을 자신의 지지로 끌어올 수 있다면 호남에서의 지지도 가져올 수 있다.

친노 그룹 핵심 인사 ㅂ씨
“민주당 반감 커서 단일 후보 돼도 적극 돕지 않을 것”

‘범친노(凡親盧)’ 진영에서 내년에 대선 후보가 나온다면 유시민 원장과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정도일 것이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출마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죄’ 판결로 귀결된다면 민주당 소속 친노 그룹이 결집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 아직 출마 여부가 미지수이다. 반면 유원장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을 제외한 친노 진영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친노 그룹을 비롯한 많은 인사의 유원장에 대한 반감은 아직도 크다. 유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고 해서 그런 반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까지 겹칠 수 있다. 대선 때 민주당 조직이 움직여야 하는데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 때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가 될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시민에 각인된 ‘골수 이미지’ 쉽게 바뀌기 힘들어”

결론적으로 말해서 유시민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원장은 기본 지지층이 있어 15% 지지율은 확실히 지킨다. 반면 당선을 위해서는 상당한 폭으로 외연이 확장되어야 하는데 그는 이 부분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다.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유원장이 어느 정도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가 중요한데, 회의적으로 본다. 지금은 야권의 유력한 후보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일 후보가 되고서도 낙선한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와 같은 일이 또 생길 수 있다. 유원장은 머리가 좋고 아이디어가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지지층과 반대층이 가장 확실한 후보이기도 하다. 대중 정치인은 ‘죽어도 싫다’는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일반 시민들은 유원장에 대해 골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본인이 이미지를 바꾸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단일 후보 결정 방식과 과정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유시민 원장의 강점이라면 열렬하고 적극적인 지지층이 고정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자기 지지 세력이 단단하게 되어 있는 것은 대선에서 변수로 등장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토층이 많다는 것은 단점이다. 민주당으로부터의 비토가 강한 편이고, 야권 지지층 내에서도 비토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범야권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 후보가 되기에는 여전히 벽이 높아 보인다. 변수가 있다면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할 것인가이다. 정당 간 협상으로 된다면 비토층이 분명한 유원장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국민 경선 방식으로 되면 유원장에게 유리한 면도 있을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복지·이념 대결 구도 형성되면 유리한 상황”

유시민 원장은 확장성에 한계가 많다는 고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과거에 비해 희석되고 있다. 오히려 야권의 다른 주자들이 유원장보다 비토층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 대선은 복지 이슈도 그렇고, 이념 대결 구도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념이 부각되었을 때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나타난다. 젊은 층과 고령층의 대결 구도로 간다면 젊은 층이 전폭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유원장이 야권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 출신과 민주당 강경파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것이 한계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다른 주자들이 고정 지지층을 가지지 못한 한계, 민주당 자체가 정권을 가져올 수 있는 대안 세력이라는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점 때문에 유원장의 위력이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ㅇ 민주당 중진 의원 
“지지자들 강한 결속력이 장점이지만, 거리감도 여전”

열린우리당 시절 유시민 의원이 TV 토론에 나가 상대방을 박살낼 때는 속이 다 후련했다. 글도 상당히 논리적이다. 그가 똑똑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이 예전에 했던 ‘유시민은 왜 옳은 소리를 저렇게 싸가지 없이 이야기할까’라는 말에 아직도 고개를 끄덕이는 민주당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필패할 것이다. 전략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유원장 지지자들의 결속력만큼은 민주당이 따라가지 못한다. 도사들이다. 유원장은 그들을 결집시키고 적극적 지지자로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 ‘유빠 부대’가 그렇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국민참여당은 무명 인사들이 출마했는데도 민노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올렸다. 그 힘은 대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지금 당장은 유리한 편이지만 예단은 어려워”

야권 후보들의 경선 규칙이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유시민 원장이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 주자들을 빼고 의외의 인물이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유원장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정도이다. 만약 손대표가 중도에 낙마한다면 유원장이 떠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 유원장은 비토 세력이 상당히 많다. 조사를 해보면 유원장을 2순위로 지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야권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지금까지의 정치 행적과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라는 등의 이미지를 없애지 않으면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 출신 ㄱ씨
“노무현처럼 ‘쇼당’ 전술 쓰면 승산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원장은 독특한 관계였다. 당시 노대통령은 청와대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유원장 등과 인터넷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늘 교감을 형성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유원장이 개혁당을 창당해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이 많았다. 유원장을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할 때도 대통령 주변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끝내 강행했다. 유원장은 노 전 대통령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도 똑같은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막판에 ‘쇼당’(후보 단일화 합의)을 칠 때까지는 자신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하늘에 맡겼다. 그것이 승부사의 기질이다. 그래야 역동적이고 효과도 크다. 유원장도 그런 전략을 짤 것이다. 그냥 밋밋하게 대선까지 가면 자신이 후보가 된다 해도 패배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엎어 치고 매치는 과정에서 태풍으로 커가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야권 동향 담당하는 정보 계통 인사 ㄴ씨
“비호남 출신·개혁성 갖추고 있어 유리”

내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역적으로는 비(非)호남 출신이어야 한다. 또 개혁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야권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다른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개혁 성향인 젊은 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표의 확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시민 원장은 비호남 출신(경북 경주)이고 개혁성까지 갖추고 있다. 대체로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도 차별화할 수 있다. 경기 시흥 출신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개혁성 면에서 유원장을 따라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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